[행복한 교육] 냉이를 흔들며 사랑의 말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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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10 07:39  |  수정 2017-04-10 07:39  |  발행일 2017-04-10 제15면
[행복한 교육] 냉이를 흔들며 사랑의 말을 들려주세요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중간놀이시간에 줄넘기 발 바꿔 뛰기를 연습시키다가 이팝나무 아래를 보니 봄맞이꽃과 꽃다지가 피었다. 지난 식목일 때 학교 밖 나무에 거름을 주면서 언제 한 번 나올까 생각했는데 이 좋은 봄날이 적기다 싶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담장 밖을 따라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교문에서부터 풀꽃들은 구석구석에서 활짝 꽃피우고 있다. 봄맞이꽃, 꽃다지, 개쑥갓, 큰점나도나물, 냉이, 말냉이, 큰개불알풀, 민들레, 별꽃, 자운영, 일핵현상으로 물방울이 맺힌 방가지똥, 좁쌀냉이, 꽃마리, 꽃밭 천지다. 아이들은 학교 담장아래 둑에 지천에 핀 풀꽃들을 피해서 다니느라 조심조심 걷는다. 지환이는 걷다가 그만 개미집을 밟았다고 걱정을 한다. 자운영 꽃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벚나무 아래에서 여자애들은 단체로 사진을 찍었다. 담장 맨 끝 가로수 아래에 크게 자란 냉이가 있어 살펴보니 아까 본 꽃다지 씨방은 달걀모양이지만 냉이는 사랑 모양이다. 그래서 냉이 씨방을 잡고 꽃자루를 아래로 살짝 뜯어 내려서 흔들면 소리가 난다. 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뒤에 친구들 귀에 대고 ‘내 사랑의 소리를 들으세요’ 라고 말하게 하고 살짝 흔들어 주라고 했다. 아이들은 정말 소리가 난다면 서로 귀에 대고 들려주었다. 두고 간 아이들 일기를 읽으니 ‘사랑의 소리가 들렸다’고 써 두었다.

국어시간에 글쓰기를 했다. 글쓰기가 왜 똥누기인지를 다시 설명을 했다. 음식→먹기→소화→알맹이는 영양소, 찌꺼기는 똥오줌땀→영양소→에너지→일(노동)→음식으로 순환된다. 이렇게 살아가면서 일하고 노동하는 경험(보고, 듣고, 몸으로 해보고, 생각하기)을 하다보면 자연히 감정이 일어나게 된다. 그 감정을 경험과 함께 글감으로 정해서 쓰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면 어떤 감정이 일어날까 하고 감정 카드를 하나하나마다 지금의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말했다. 하하 호호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우리는 이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살아가지만, 가끔 감정조절이 안되면 Wee 클래스에 가서 마음에 밴드를 붙여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중에 갑자기 창국이가 기침을 하더니 토를 조금했다. 이럴 때 친구들이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다. 남자 아이들이 휴지, 손수건, 물티슈, 쓰레기봉투를 들고 가서 잘 치워주었다. 감정낱말 공부를 할 때 안 좋았던 감정과 고마웠던 감정카드가 나올 때마다 좋은 수업자료가 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감정카드를 벽에 붙여두고 한동안 아침마다 자기감정을 글똥누기에 쓰도록 할 계획이다. 수업을 마치고 일기로 배운대로 글감을 골라 자세하게 쓰라고 했다. 나는 아이들이 오늘 풀꽃이야기를 글로 쓸 줄 알았는데 모두 체육수업 줄넘기 10단계 이야기를 글로 썼다. 모두가 끝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해서 성취감도 큰 모양이다. 그렇지 몸으로 배운 것이 최고인 걸 어쩌나?

수학시간에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논리적 문제해결력이다. 세상에 논리적으로 풀어 설명하면 안 풀릴 일이 없다. 다들 이익에 메이거나 똥고집을 부리기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복잡해진 것이다. 각 정당마다 대통령 후보가 정해졌다. 그런데 벌써부터 상대를 흠집 내는 일에 더 열중이고, 언론도 국가의 미래를 두고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내용을 전하면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엉뚱한 것에 빼앗기도록 만들고 있다. 나부터 꼼꼼히 각 후보들의 교육공약을 살펴보고, 새로운 5년 동안 미래사회를 같이 상상하고 준비해 보고자 한다.

다가오는 일요일은 세월호참사 3주기다. 교육부와 대구교육청은 혹시나 교사들이 세월호 계기수업을 할까봐 온갖 방법으로 막고 있다. 그러면서 공감능력을 길러주라고 말한다.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도록 만들면서 무슨 교육수도라고 자랑을 하는지 참 답답하다. 이날까지 세월호가 육지로 올라오고, 16일 전에 9명의 실종자들이 다 가족 품으로, 아니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조용히 작은 촛불 하나 켜고 두 손을 모은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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