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중국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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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3   |  발행일 2017-04-03 제30면   |  수정 2017-04-03
중국의 사드배치 반대는 본말 바뀐 비이성적 태도
과거와 차원이 다른 북핵…북미 문제로 미루지 말고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아침을 열며] 중국의 오판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분명히 반대하지만 북핵 불용에 대한 인식과 용어 구사에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은 전략적 차원에서 한국에도 핵이 있으면 안 된다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북핵 불용을 주장한다. 한국은 자체 핵 개발이나 보유 의사가 없으니 생존과 안보의 직접적 위협인 북핵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한반도 자체에 핵이 없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었고, 우리는 이를 북한 비핵화와 동일하게 해석해왔다.

한·중 양국의 북핵 공조는 이렇게 최종 목표는 다르지만 우선 북핵 불용이라는 일차적인 의견일치 속에서 구축되었다. 이러한 선천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공조 체제는 결국 사드를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했고 양국 공조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의 핵 능력과 대륙간탄도탄(ICBM) 기술이 급속 발전하는 상황임에도 북핵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그 대응수단인 사드문제를 본질화하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더욱이 협박성 선동과 함께 ‘자발적 애국주의’로 포장한 실질적 보복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니 어디가 끝인지 심히 우려된다.

당연히 북핵 사태의 악화를 결코 중국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는 한·미의 소위 ‘전략적 인내’와 무시 전략, 그리고 북한이 여전히 ‘전략적 자산’이라는 전통사유에 천착한 중국의 애매한 태도가 만들어낸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의 최대 후견국인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 본말이 전도된 비이성적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물론 사드배치도 저지하지 못하는 전략적 오판과 전술적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핵 확산 방지에 일정한 국제적 책임이 있는 국가임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핵에 대해 지나치게 관용적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자국 전략이익 수호에 대한 지나친 강박증이 한국에 대한 비이성적 보복으로 연결되면서 국제적으로 자국이익만을 중시하는 ‘거대한 영아 중국’이라는 유치한 이미지만 고착시켰다.

둘째, 전략균형 훼손에 대한 지나친 우려로 한국이 당면한 사활적 안보위협의 절박성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한·미동맹과 대중 견제 성향이 짙은 미·일동맹의 차별성도 간과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대미 경사를 부추기고, 한·미·일 삼각 안보체제 구축이라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셋째, 북핵 해결 방식도 진전된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6자회담 재개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예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북한의 주장대로 한·미에는 이미 40년간 진행돼 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를, 북한에는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였다. 이는 북한의 핵 보유가 정당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넷째, 한·중 관계 25년의 성과와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해 일방적으로 ‘중국의 뜻’을 관철하려는 전술적 실수를 범했다. 거대 국가가 일개 기업을 압박하는 것도 모자라 제품 불매 등 실질 보복은 물론 태극기 훼손 등 민족감정까지 자극하고, 국제통상규정을 무시하면서도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는 옹종함과 이중성도 보였다.

사드가 한·중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북핵이 아니면 갈등할 이유가 없으며, 향후에도 한국은 중국과 적대하려는 국가가 아니다.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한 방어적 억지 수단이다. 북한은 다중 핵폭발 실험 등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핵능력을 과시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6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북핵 위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모두에게 위협이다. 이제 중국도 더 이상 북핵 문제를 북·미 간 사안인 양 떠넘기지 말고 이전과는 다른 전략과 전술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대교수·차이나 인사이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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