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거짓뉴스를 이기는 자녀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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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4-03 07:43  |  수정 2017-04-03 07:43  |  발행일 2017-04-03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거짓뉴스를 이기는 자녀로 키우자

지난 1일은 만우절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만우절과 유사한 날이 있었는데, 첫눈이 내리는 날에는 신하들이 왕에게 작은 거짓 농을 하여도 웃어넘기기도 했다는군요. 우리 조상님들은 참 운치 있는 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만우절이 잠시 생활에 웃음을 주는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겠지만, 요즘처럼 거짓말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만우절의 의미가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최근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심각합니다. 사실 같은 사건에 대한 여러 사람의 기억들은 각각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도 아주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동창친구들이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있어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어떤 사건을 접하게 되면 그 사건에 대한 관심의 정도 또는 관점의 차이에 따라 정리하여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그 당시 분위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 따라 각기 조금씩 다른 기억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2016년 ‘Memory’지에 발표된 영국 워릭대 웨이드 교수 연구진 결과에 의하면 외부로부터 왜곡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 ‘거짓기억’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즉 ‘거짓뉴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 뉴스가 사실이라고 믿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 ‘거짓뉴스’는 자꾸 만들다보면 점점 통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영국 UCL대학의 샤롯 교수 연구진의 ‘거짓말-보상 게임’ 실험 결과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면 처음에는 우리 뇌가 불편하게 느끼지만 자꾸 반복하다보면 점점 익숙해져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즉 반복된 거짓말은 점차 ‘양심불량자’를 만드는 것이죠.

과학계에서도 이같이 양심불량으로 연구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 2014년, 일본의 과학위상에 커다란 손상을 입힌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의 ‘만능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보카타 박사는 박사학위 과정 때부터 작은 연구부정을 저질렀는데 안타깝게도 이를 제어해주는 좋은 스승과 동료가 없어 점점 자주 연구부정을 저지르다 결국 ‘만능줄기세포’ 논문조작이란 커다란 연구부정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과학계의 많은 연구자에게 전해지는 금언은 ‘연구부정은 처음은 있어도 한번은 없다’입니다. 즉 한 번 시작한 연구부정의 유혹은 마약처럼 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는 사회에도 통용되는 금언이라 생각합니다. 서로 작은 거짓말이라도 하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건전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연구부정도 어떤 의미에선 ‘거짓뉴스’에 해당합니다. ‘거짓뉴스’를 이기는 방법은 한가지 의견만 듣고 바로 믿지 않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벌이는 건전한 토론 문화입니다. 치열한 토론 속에 자신이 100% 믿고 있는 사실의 오류나 허점을 스스로 발견하는 훈련만이 ‘거짓뉴스’를 이기는 방법입니다. 즉 정보만을 주입하는 일방적인 교육은 미래 ‘거짓뉴스’에 속아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녀로 키우는 길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유대인 가정처럼 밥상머리에서 가족끼리 작은 것부터 토론하는 문화를 시작하면, 미래에 여러분의 자녀들은 ‘거짓뉴스’에 휘둘리는 ‘April Fool’로 살지 않고 아주 현명한 시민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 말은 절대 향기박사의 만우절 거짓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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