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귀농귀촌 전문가 청송 남해길 목사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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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08:11  |  수정 2017-03-29 08:12  |  발행일 2017-03-29 제29면
농민 이해하려 시작한 농사…이젠 ‘귀농 코디네이터’
20170329
남해길 목사가 4년 전 청송귀농귀촌센터를 개소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해길 삼의교회(청송군 부동면 하의리) 목사(49)는 2012년 9월에 부임해 지금까지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부임하기 전 부친과 함께 청송군 현서면 사촌리에서 주말농장을 10년 동안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시골교회를 선택했다. 주로 무농약 오가피를 재배·가공(엑기스)해 도시 교회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대구지역 한 병원 원목으로 사역을 하다가 농사도 병행할 겸 목회자가 비어 있다는 교회가 있어 청송으로 오게 됐다.

남 목사는 농사를 짓다보면 농민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도시의 복잡한 사회 구조와는 달리 농촌은 대다수가 농민이므로, 귀농에 앞서 농민을 이해하고 교제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청송귀농귀촌고민센터 개소
예비귀농인 위한 교재도 출간
“하의리, 청송 명소로 만들고파”



하지만 남다른 각오가 없으면 오래 버티지 못하게 되는 게 농촌의 현실이다. 당장 소득이 없으면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손에 흙을 묻혀가면서 이웃과 더불어 생활을 해야 교회 재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남 목사는 처음 농촌에 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어린 시절 부친이 목회활동을 하던 시골에서 방학을 잠깐 보낸 경험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에겐 멘토 김인석 목사가 있었다. 그는 남 목사가 농촌 목회를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김 목사는 청송이 고향이고 10년 먼저 들어와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었다. 두 목사는 8개월간 매일 만나 농촌과 농업을 연구했다. 그러던 중 귀농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8개월 만에 농촌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남 목사는 귀농인을 섬기고 이해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귀농교육과정(신규영농인과정)에 입학했다.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귀농사역에 대한 비전을 더욱 뚜렷하게 갖게 됐다. 지금은 귀농교육강사로 활동 중이다.

남 목사는 귀농인 친목회를 조직했다. 그러다 친목회의 성격을 뛰어넘어 귀농멘토로서 도움을 주는 실질적 모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2013년 10월 ‘청송귀농귀촌고민센터’를 개소했다.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안동 KBS의 밤 9시 메인 뉴스에 보도가 됐다. 이후 그는 안동 KBS에 24개의 주제를 가진 ‘귀농메뉴얼북’ 방송을 하게 된다.

그는 이듬해 방송활동을 마치고 예비 귀농인들을 위한 자신의 경험을 담은 교재를 출간했다. 반응은 뜨거워 3년 만에 4쇄까지 하게 됐다. 이 책은 예비 귀농인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정책 제안서이기도 하다.

남 목사가 제안해 받아들여진 정책 중 대표적인 게 ‘지역민과 귀농인이 함께하는 마을공동사업’이다. 지자체가 지역주민과 귀농인이 함께하는 사업에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호 간 갈등을 줄여 지역민은 농사에 집중할 수 있고 귀농인은 도시와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남 목사는 전국적으로 흔치 않는 ‘귀농코디네이터’다. 청송군의 추천으로 귀농닥터가 된 남 목사는 앞으로 그가 설립한 기독교귀농학교에 대도시 지역 일반인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남 목사가 살고 있는 하의리는 주왕산국립공원,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연수원을 비롯해 올 6월 개장 예정인 대명온천콘도가 들어설 정도로 청송에서는 유명한 지역이다. 그는 이런 조건에 착안해 볼거리와 체험 가능한 마을사업으로 하의리가 청송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도록 할 꿈을 꾸고 있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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