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초상화가 77세 정정웅씨 “이것이 일흔 넘어 독학으로 배운 그림입니다”

  • 천윤자 시민
  • |
  • 입력 2017-03-29   |  발행일 2017-03-29 제13면   |  수정 2017-03-29
“사진보다 더 사진 같다” 감탄
연필 초상화가 77세 정정웅씨 “이것이 일흔 넘어 독학으로 배운 그림입니다”
정정웅씨가 자신이 그린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젊은 시절엔 생업에 바빠 그림 그릴 여유가 없었지요. 늘그막에 들어서 시작한 취미생활입니다.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이나 멋진 배우의 모습을 그리다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정정웅씨(77·대구시 동구 용계동)는 그림을 전공하거나 배운 적이 없다. 동네 미용실과 농협 등지에서 잡지를 보다가 우연히 연예인 사진을 보고 따라 그렸고, 그게 ‘생활’이 됐을 뿐이다. 그렇게 정씨가 지난 4년여 동안 그린 연필 초상화는 수백 장에 이른다.

일흔이 넘어 그리기 시작한 그의 연필 초상화를 본 동네 주민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사진보다 더 사진 같다’ ‘원본과 비교해보면 복사기로 찍어낸 듯 똑같다’ 등의 감탄을 쏟아내며 한 점씩 가져가고 싶어한다. 동네 미용실에도 그의 그림이 걸려 있다. 미용실 손님 중에는 그림을 보고 반해 정씨에게 그림 지도를 받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정씨의 작업실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작은 방. 연필·지우개·직접 만든 솜뭉치 등 미술용구가 든 상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쪽 벽면에는 정씨의 손에서 완벽하게 ‘복사’된 동서양 유명 인사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김연아·송혜교·이영애·송중기·현빈·공유 등 연예인의 모습과 김수환 추기경,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의 모습이 실물처럼 생생하다.

금방이라도 깜빡일 것 같은 눈동자, 무슨 말이라도 할 것 같은 촉촉한 입술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좋은 글귀와 시를 적은 ‘시화집’에는 연필뿐만 아니라 볼펜이나 파스텔로 그린 그림도 있다.

잡지에서 그릴 만한 인물을 찾아 오려내곤 하던 정씨이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해 그릴 사진을 찾는다. 사진과 똑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데에는 정씨만의 비법 아닌 비법이 있단다. 그는 연필로 그린 후 면봉과 직접 만든 솜뭉치로 문지르고 지우개로 지운다고 했다.

그의 그림은 대만 타이베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타이베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들이 그림을 보내달라고 자주 주문해요. 식당에 한국이나 중국 연예인 그림을 걸어두면 손님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하네요. 허허~.”

몇 해 전 대구 동구 용계성당에서 추기경과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님 등 성화를 전시한 적이 있는 정씨의 다음 꿈은 뭘까. 동네주민과 자식들은 멋진 갤러리에서 제대로 된 전시회를 한 번 가져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정씨도 그게 싫은 눈치는 아닌 듯하다.

글·사진=천윤자 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