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힘든 이웃에 웃음꽃 피우는 ‘황무지’…경산서 소·포도 키우는 황신욱씨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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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9   |  발행일 2017-03-29 제13면   |  수정 2017-03-29
백혈병 환우 돕기 음악회 등
타고난 끼 활용 재능봉사 앞장
20년째 힘든 이웃에 웃음꽃 피우는 ‘황무지’…경산서 소·포도 키우는 황신욱씨
황신욱씨가 소에게 노래를 불러주자 소가 혀를 내밀고 있다.

‘통기타 가수·웃음치료사·레크리에이션 강사·축산인….’

이처럼 다양한 일을 하는 황신욱씨(51·경산시 와촌면 상암리)의 직업은 농부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농촌지도소 공무원으로 합격해 안정된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무원을 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며 과감하게 농부의 길을 택했다.

그의 본명은 황신욱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황무지’로 더 잘 통한다. 20년 전 ‘웃음전도사’라는 단어가 낯선 시절, 웃음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황무지’(황무지에 웃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라고 지었다고 했다.

1997년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차가운 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구안괘사’로 입이 돌아간 것이었다. 당시 고 황수관 박사의 ‘신바람 건강법’을 따라 했더니, 6주 만에 완쾌됐다는 황씨는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병을 낫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고, 행복 전도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엔 부모님을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농사를 접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허리 수술과 고관절 수술로 힘든 농사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본격적인 농사꾼이 됐다. 현재 한우 20마리를 키우고 포도밭 6천600㎡(2천 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황씨는 아침과 저녁 소가 먹이를 먹는 시간에 통기타로 음악을 들려준다. 그에게는 축사는 무대이고, 관객은 소다. 연주를 시작하자 소들이 고개를 내미는 등 반응을 보였다. ‘이쁜이’로 불리는 소는 황씨가 “이쁜아, 뽀뽀”라고 하자 혀를 내밀었다. 황씨와 소의 입맞춤을 보면서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는 주인과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다.

포도를 출하하는 8월에는 자신의 밭에서 포도 따기 체험 및 포도음악회를 열어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그는 ‘노래는 숙명, 농사는 운명’이라면서 끼를 타고나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황씨는 타고난 끼를 십분 활용해 재능기부에 나서다 보니 어느새 노래뿐 아니라 통기타·하모니카·크로마하프·우쿨렐레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재주꾼이 됐다. 칠곡군 지천면의 작은 교회 실버대학에서의 봉사 이후 대구지역 요양원이나 고아원 등지에서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으며, 서문교회에서는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도 성실하게 하고 있다.

그는 백혈병 환우 돕기에도 적극적이다. 대구역(롯데백화점) 앞 거리공연과 수성못 주변 작은 음악회를 개최해 모은 성금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환우를 돕고 있다.

또 비슬락 음악회와 영천 보현산 별빛축제 등 각종 행사에서 초대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06년 KBS1 TV에 내고향 명가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황씨는 봉사의 씨앗을 심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기타와 노래, 시 등 모든 것이 그를 신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30일 오후 7시 대구시 남구 청소년창작센터(창공홀)에서 무료공연하는 ‘백혈병 환우돕기·웃음·토크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찾아 백혈병 환우 돕기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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