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먼저 손을 내미는 자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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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  발행일 2017-03-28 제31면   |  수정 2017-03-28
[CEO 칼럼] 먼저 손을 내미는 자가 이긴다
박봉규 (서울테크노파크 원장)

1910년 망국의 한을 품고 죽어간 매천 황현은 ‘국가는 필시 스스로 자기를 해친 연후에야 남의 정부가 치고 들어온다’고 했다. 비단 조선의 멸망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역사는 안이 스스로 단단히 뭉쳐져 있으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굳게 서있을 수 있는 반면 내부가 허술하면 약간의 외부충격에도 쉽게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때 만주대륙을 호령하며 중국과 쟁패했던 고구려는 권력자 간의 내분으로 종말을 맞았다. 권력투쟁에서 패한 연개소문의 장남이 적국인 당나라로 달아나 고구려를 공격하는 길잡이 노릇을 했으니 어찌 패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임진왜란 때에는 왜가 조만간 쳐들어올 것이라는 수많은 징조와 경고가 있었고 일본에 사신까지 보내 같은 사안을 같은 눈으로 보았건만 집안싸움에 빠져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 역사에서 어느 때 쉬운 시절이 있었으랴마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도 많지 않았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서 나타난 목소리가 보여주듯 우리 내부의 균열은 커져만 간다. 서로가 쳐다보는 방향이 다르니 마음 또한 하나로 합쳐지기가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적 변화를 바탕으로 내일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 최고조에 달한 실업률을 낮추고 특히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청년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음에도 탄핵과 정치일정에 매몰되어 국가 지도자들은 방향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새로운 통상정책에도, 사드로 촉발된 중국의 경제보복에도,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해결에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위기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지도자나 계층이 보이지 않고 국민의 삶은 각자도생에 맡겨져 있다.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뿌리박고 있어야만 외부의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도 있을 터인데 국민은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똑똑하고 자신의 삶에 치열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쟁력에 의해 나라가 버텨나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돼지 몸에 붙어살고 있는 이 두 마리가 다투었다. 더 좋은 자리에서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였다. 이를 본 벼룩이 말한다. “이 살찐 돼지는 머지않아 따님이 시집가는 날 사람들에게 잡아먹히게 될 거야. 그러면 우리도 함께 죽게 되지. 서로 좋은 자리를 두고 싸우기보다는 우리 셋이 힘을 합쳐 열심히 피를 빨아 돼지가 여위게 되면 잔칫날 죽는 운명을 면할 수 있을지 몰라.” 이에 셋은 열심히 피를 빨았고 돼지는 날로 여위어 갔다. 그들은 살아남았다. 작은 이익을 두고 안에서 진보와 보수, 가진 자와 덜 가진 자가 서로 많이 차지하겠다고 다투다가는 외부세력에 의해서가 아니고 우리 스스로의 못남 탓에 공멸할 것이 우려된다. 희생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문제는 누가 먼저 양보의 손길을 내밀 것인가이다. 내 것을 포기하는 희생이 전제되어야 남을 설득할 수도, 동참을 호소할 수도 있다. 지난날 우리는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 지도자들이나 기득권층이 백성의 삶을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자신들의 권력 강화와 제 이익 챙기기의 기회로 이용한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명분과 원론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교묘한 논리를 개발하여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더 열심이었던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 실현 가능한 해법은 갑이, 우월한 지위에 있는 자가, 가진 자가 먼저 양보하는 것이다. 그 희생이 바탕이 되어 파이의 크기가 커지면 갑의 몫은 전보다 훨씬 더 많아지기 마련이다.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기대하는 대로, 먼저 손을 내밀어 잡는 자가 결국 이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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