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북성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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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8:05  |  수정 2017-03-28 08:05  |  발행일 2017-03-28 제25면
[문화산책] 북성로 사람들
‘북성북성 마을사진전’ 작품.
[문화산책] 북성로 사람들
박지혜 <영상서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어떤 장소든, 그 장소는 그곳에 사는 사람의 향내가 배기 마련이다. ‘북성로’라는 장소도 그렇다. 수많은 공구기계상이 있는 공간이자 수많은 기술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북성로는, 북성로 사람들이 가지는 특유의 향내가 장소에 짙게 배어 있는 곳이다.

처음 카메라를 들고 북성로를 걸을 때 그곳은 나에게 거칠고 시끄럽게만 느껴졌다. 끊임없이 쇠를 두드리는 소리와 코끝에서 맴도는 기름 냄새, 오토바이와 트럭이 수시로 오가는 길 중간에서 나는 카메라를 들고 정신이 까마득해졌다. 그러나 거칠고 시끄러운 북성로 길에서 한 발자국 더 다가가자 북성로의 매력적인 모습들이 내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기계들이 사람 키만큼 쌓여있는 오래된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목장갑을 끼고 홀로 기계와 씨름하고 있는 기술자 아저씨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골몰하는 반짝이는 눈, 그 옆에 무심하게 놓인 오래된 연장과 공간에 흐르는 여유 같은 것들이 북성로의 뒷골목에는 가득했다. 그것은 이상하리만큼 내 눈을 사로잡았는데, 나는 그 이유를 북성로에 흐르는 ‘순수함’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북성로에는 오랜 시간 자신의 일을 꾸밈없이 해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순수함’이 가득했다. 그것은 머리로만, 생각으로만 해온 일이 아닌, 온 몸으로 밀고 온 일을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오랫동안 머리로 골몰하는 작업을 했던 나에게는 그들의 순수함이 큰 위안이 되곤 했다.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순수함에 동화되어, 때때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쉽게 정리되기도 했다.

작년 말, 우리는 북성로의 아저씨들을 찍은 사진을 모아 작은 사진전을 열었다. 북성로 아저씨들께서는 설레는 눈으로 사진전을 찾아오셔서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보고는 내 손을 잡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셨다. 나는 그들의 거친 손을 맞잡으면서 그들을 통해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웠음을, 소중한 것을 얻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기계가 쌓인 오래된 공간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북성로의 아저씨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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