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달리면 똑똑해지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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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8 07:49  |  수정 2017-03-28 07:49  |  발행일 2017-03-28 제19면
[한국뇌연구원의 뇌세상] 달리면 똑똑해지는 뇌
김현정 <선임연구원>

‘이번 시간에 그냥 자습하래.’

멀쩡하게 잘 흘러가는 시간을 탓하며 시험공부를 해야 했던 그 시절, 체육 시간 전에 반장이 한 그 말은 오히려 반가움이었다. 요즘도 그다지 상황이 다르지 않다. 거의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와 학원을 돌며 살아가는, 아니 살아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을 보면 말이다.

다년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달리기와 같은 신체활동이 뇌를 활성화시켜 인지력을 높이고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들은 속속 제시되고 있다.

운동을 하면 뇌로 흐르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이는 충분한 산소와 에너지 등을 공급받으며 효율적인 신경전달물질의 이동으로 새로운 뇌세포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BDNF(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유래신경영양인자)라는 뇌신경 성장 유발물질의 수치가 높아져 신경회로의 형성과 기억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뇌 조직에서 기억의 저장소로 알려진 ‘해마’는 이러한 운동을 통해 새로운 뉴런(신경세포)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지금까지는 이와 같은 결과가 뇌에서 BDNF가 많이 분비돼 기억력 향상을 비롯한 뇌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의 연구진은 달리는 것으로 뇌 세포 성장을 촉진하고 기억회상을 강화시키는 카텝신 B(cathepsin B)라는 단백질이 증가됨을 밝혀냈다. 카텝신 B를 코드화하고 있는 CTSB 단백질 유전자가 고장 나면 운동을 해도 BDNF가 증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CTSB 단백질이 운동과 뇌 활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임을 확인했다.

또한 솔크 생물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뇌속의 뉴런들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하며, 이는 에스트로겐 관여 수용체 감마(estrogen-related receptor gamma, ERRγ)라는 단일 단백질에 의해 제어됨이 밝혀졌다. 이전까지는 ERRγ 단백질이 근육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뇌에서는 에너지원인 당을 연소하는 경로를 작동시킨다는 결론을 얻었다.

‘달리기와 기억하기’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의 기능을 하나의 단백질이 통제한다는 재미있는 사례다.

운동, 뉴런의 대사와 이에 관여하는 수많은 단백질에 대한 기전 연구는 학습 장애나 주의력 결핍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잃어버린 기억을 강화하거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특정 기억을 제거할 수 있는 시대도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봄이다. 이제 활동하기 좋은 봄이 되었다. 스마트한 뇌를 원한다면 밖으로 나가야 할 때다.
김현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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