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64] 2020년을 대비한 핀란드의 교육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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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7   |  발행일 2017-03-27 제29면   |  수정 2017-03-27
“핀란드, 2020년까지 4C 기반 교육으로 전환 완료”
20170327
핀란드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창의성을 키워주는 맞춤형 방식으로 ‘낙오자가 없는 교실’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빛의 속도로 변화해 가는 첨단기술시대를 대비해 핀란드는 전통적인 수업과정을 ‘주제 접근방법’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10년전 필자는 국회를 방문한 핀란드 국회 미래위원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식민지배를 당하고, 광복 후 국력을 키우기 위해 인재 양성에 투자했던 두 나라, 핀란드와 한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어왔다. 명실공히 세계교육 1위의 평가를 받는 핀란드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알고 싶어 던진 질문에 그는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매우 인상적인 답변을 던졌다. 그리고 우수한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창의성을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을 하고, 팀워크를 통해 낙오자가 없는 교실을 만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럼, 어떤 기술이 5년 뒤에도 생존가능할지를 예측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을 대비해, 핀란드는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미국의 싱귤리래티대학교가 발행하는 ‘허브’지에 따르면 핀란드는 최근 국가적 수업과정을 ‘현상 기반’ 접근방법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모델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고 한다. 2020년까지 핀란드에서는 전통적인 수업과정이 4C, 즉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협업력(collaboration)을 강조하는 주제 접근 방법으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허브’지는 이 네 가지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는 팀으로 협력하여 작업하는데 핵심적인 기술이며,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초연결된 사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초연결된 사회’ 반영한 접근
의사소통능력·창의력
비판적 사고력·협업력 강조

새 덕목 적응성·복원력·기개
세계의 성공적 기업가들 권장
미래 불확실성 대응에 필수적



‘허브’의 데이비드 힐 편집장은 “4C는 21세기의 성공적인 사업가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변화가 가속된다는 것은 오늘날 교육받은 직업이 내일이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핀란드의 접근방법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느리고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위해 만들어진 현재의 대부분 교육기관의 낡은 교육 모델과 비교된다”고 말한다.

이와 더불어 세계의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4C와 함께 교실에서 가르칠 수 있는 세 가지 기술을 추가적으로 설명한다. 적응성(adaptability), 복원력과 기개(resiliency and grit),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사고방식(mindset of continuous learning) 등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가지게 하며 그들이 마주하게 될 신속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적응하고 중심을 잡으며,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고등학교의 수업과정은 처음 2년간의 기술교육과 3년간의 기업가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허브’와의 인터뷰에서 에스테반 불리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공교육을 통해 교육받은 능력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미래가 무엇이든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생각은 학생들에게 학교 밖에서 마주치게 될 현실이 무엇이든 이에 적응할 수 있는 높은 변환 능력을 가진 기술과 적응력을 가르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메시지는 세계경제포럼과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보고서인 ‘교육 분야의 새로운 비전-기술 잠재력의 발견’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 보고서에서는 21세기의 기술의 핵심을 세 가지 중심 범주 ‘기초 문해력, 기능, 인격 특성’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이같은 ‘21세기의 기술’을 갖추기 위해 꼭 뒤따라야 하는 것이 평생 교육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교육의 중심이 학위였다면 앞으로는 이와는 반대개념인 ‘지속적 학습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노동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학습과 기술 발전은 개인의 경쟁력과 대응력, 가치를 지켜준다.

싱귤래리티대의 CEO인 롭 네일은 “현재의 방식은 세계가 변화해나갈 방식과 맞지 않는다”며 “어쩌면 자격이나 학위를 취득하면 아마 다 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사는 세상에서는 자격이나 학위와 같은 것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꼬집었다.

교육의 초점을 학위취득에서 지속인 학습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명백하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교육기관에도 교육적 가치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에 대한 공포가 있다. 큰 변화를 위해서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불리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육부 장관은 “변화에 대한 공포는 혁신에 뒤떨어지게 만든다”며 “교육과 학습은 재발명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은 우리가 더욱 열심히 일할 때”라고 말했다.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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