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동상 석병훈씨 가족 수기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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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7 07:52  |  수정 2017-03-27 07:52  |  발행일 2017-03-27 제18면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식사 인사말 생활예절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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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씨 딸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 <석병훈씨 제공>

#1. ‘전업주부’ 아빠가 된 지 어느덧 4년째에 접어든다. 평일은 고사하고 주말조차 가족과 보낼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빴던 나에게 요즘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롭다. 물론 경제적인 여유로움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에 인생의 가치를 더 두고 있는 아내와 나에게 함께할 수 있는 많은 시간이 주어진 지금이 더 행복한 삶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여유로운 생활 가운데에서도 고민거리는 생겼다. 현재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말대꾸를 하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내가 하게 되면서 자상한 아빠에서 잔소리꾼 아빠로, 아이들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가정교육의 힘든 점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자녀교육을 올바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이 많아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학교 안내장을 통해 접하게 된 것이 ‘밥상머리교육’이다. 늘 먹는 밥을 통해 교육을 한다니 왠지 꾸준히 실천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2. 맞벌이를 할 때 아침은 시리얼이나 간편식으로 떼웠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일이 적었다. 아내와 아이는 TV를 보면서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가족에게 저녁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우리 가족도 정성이 들어간 밥상을 차려 밥상머리교육을 시작하자고 했다.

나는 아내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초보 요리사인 만큼 각종 요리 도구들을 구비하고, 제철 재료 중심의 식단을 일주일 단위로 작성하며 맛있는 조리법을 검색하여 아침·저녁상을 준비했다. 바쁜 아침에는 한그릇 음식 중심으로 하고 여유 있는 저녁상이 가장 기대되도록 상을 차렸다.


“전업주부 아빠된 지 4년째
아이들 말대꾸 부쩍 늘어
밥상머리교육 접하고 시작

작은예절 등 규칙 정해 실천
대화 늘어나면서 성장·변화

매주 한번 조부모와도 식사
또다른 情 느끼고 행복감”



가족의 반응도 좋았다. 아이들이 집에 오자마자 하는 말이 “아빠, 오늘 저녁은 뭐 먹어?”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가족을 초대하여 식사할 때 “우리 아빠가 만들었어요”라고 자랑을 한다. 가족이 내가 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음을 기대하며 정성을 알아주고 고마워할 때,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 가게 된다.

#3. 우리 가족은 식사 인사말과 작은 규칙을 정했다. 작은딸은 수저 놓기, 큰딸은 엄마·아빠가 주는 음식 나르기로 온 가족이 함께 상차리기를 돕도록 했다. 밥을 먹을 땐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를 인사말로 하도록 했다. 또 먹고 난 빈 그릇 개수대에 넣기, 가족이 모두 식사를 마칠 때까지 대화하며 기다려주기 등을 실천했다.

쑥스러운 인사말 하기부터 작은 규칙까지 어른인 엄마·아빠가 모범을 보이며 보란듯 행동하자 아이들도 지금은 어딜가도 예의바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밥상머리에서 이루어진 예절 교육이 생활 전반의 예절에도 영향을 미쳐 인사 잘하고 남을 배려하며 공손하게 행동하게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한 것이다.

#4. 예전에는 여러 번 불러야 겨우 식탁에 앉았고, 식사 중에 밥을 너무 천천히 먹는다는 다그침과 편식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한 우리 아이들이 하브루타식 대화 나누기를 식사 시간에 가짐으로써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것 같다. 강의 동영상도 찾아보고 책을 읽어보며 대충의 맥락을 잡은 우리는 일단 정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기, 지시나 훈계의 말 하지 않기를 기본으로 항상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았고 식사 후 부부만의 시간을 가지며 반성해 장기간에 걸친 훈련이 필요했다. 어제 저녁에 이어진 대화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빠, 반려견이 뭐야?” “왜 그게 궁금하지?” “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에 적혀있었는데 궁금해.” “그 전단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있니”. 나는 이런 대화방식으로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아이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도록 도왔다.

#5. 장인어른께서 얼마 전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오셨다. 이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외조부모와 함께하는 밥상머리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항상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장인어른을 위해 아이엄마가 아이들에게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놀거리가 별로 없는 할머니 댁에 가기 싫어 그렇게 반기지 않던 아이들이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매주 금요일은 외조부모와의 식사 시간으로 알고 있고 자상한 어른들에게 응석부리는 맛에 잠까지 자고 오고 평소에도 스스로 찾아뵙게 되었다. 외조부모와의 식사는 우리 가족끼리만의 식사와는 또 다른 정을 느끼게 해주었고, 외조부모가 먼저 수저 드신 후 수저를 드는 모습에서 또 다른 교육이 되어주었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무척 신기해하며 듣기 좋아하였고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적적하게 보내시다가 활기차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금요일을 기다리게 되었다.

#6. 우리 가족은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일지 모른다. 물론 아빠가 전업주부인 가정이 늘고 있다지만 그렇게 흔한 상황은 아닌 것이다. 우리 가족이 실천하고 있는 밥상머리교육이 다른 가정에서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들의 인성이 바르게 성장하길 바라고 가정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뭔가 해결책을 원하는 가정이 있다면 밥상머리교육을 적극 권하고 싶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밥상만으로도 가족이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며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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