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과 生, 필수불가결한 영역의 숨은 광경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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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5   |  발행일 2017-03-25 제16면   |  수정 2017-03-25
먹는 인간
食과 生, 필수불가결한 영역의 숨은 광경
헨리 요 지음/ 박성민 옮김/ 메멘토/ 364쪽/ 1만6천원

문장이 탄탄하다. 글이 팔딱팔딱 뛴다. 생명력이 느껴진다. 읽고 있으면 이미지가 떠오른다. 저자의 ‘취재 여행’에 동행하는 듯하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지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만큼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작고 미미한 것들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단순한 여행기나 취재기가 아니다. 저널리즘과 문학이 만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이 책은 교도통신 외신부 데스크로 일하던 저자가 1992년 말부터 1994년 봄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독일, 폴란드, 크로아티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 등 15개국에서 펼쳐지는 ‘음식을 둘러싼 인간 드라마’다. ‘먹는 것(食)’과 ‘사는 것(生)’을 통해 삶의 근원을 묻는다. 여행의 원칙은 현지 사람들이 먹는 것을 함께 먹을 것. ‘너덜너덜한 인간세계’의 풍경에서 포착한 먹는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읽어냈다.

잔반을 먹는 방글라데시 다카의 빈민, 에이즈에 감염됐지만 달리 먹일 게 없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우간다의 엄마는 ‘생존’을 향한 절박한 사투로 다가온다. 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음식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게 해주고 영혼의 위로가 되는 재료로 묘사된다. 저자는 “오감에 의존해 ‘먹다’라는, 인간의 필수 불가결한 영역에 숨어들어 발견한 광경을 그렸다”고 말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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