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가 詩를 쓴다고? 코웃음치지 마라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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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5   |  발행일 2017-03-25 제16면   |  수정 2017-03-25
힙합의 시학
래퍼가 詩를 쓴다고? 코웃음치지 마라
애덤 브래들리 지음/ 김봉현 외 1명 옮김 글항아리/ 330쪽/ 1만4천원

래퍼들이 시를 쓴다. 시인들은 이 말을 듣고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뒷골목에서 건들거리며 흥얼거리는 이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시를 쓴다고?”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랩이 곧 시’라는 것을 믿는 영문학자다. 그는 “기본적으로 모든 랩 음악은 공연되길 기다리는 한 편의 시와 같다”고 주장한다.

록 음악 하면 긴 머리에 가죽 재킷을 입은 로커를 떠올리듯, 힙합에 대해서도 욕과 음담패설이 난무하고 여성혐오적 발언을 가사로 써내려간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저자는 이같은 힙합에 대한 편견을 깨트린다. 그는 이 책에서 시와 힙합이 갖는 유사성을 이야기한다. 힙합을 구성하는 요소인 리듬, 라임, 워드플레이(언어유희), 스타일, 스토리텔링, 시그니파잉(설전)으로 테마를 나눠 설명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이 요소들은 시인들이 시를 쓰거나 낭독할 때 고려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저자는 루다크리스, 제이-지, 릴 웨인, 나스 등 실제 힙합 뮤지션들의 노래 가사를 예로 들며 랩과 시를 함께 논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랩과 시의 차이점은 전혀 없을까. 저자는 랩을 “청자를 절대 외면하지 않고, 차 안에서, 마트에서 우리와 늘 함께 있는 대중예술이고, 래퍼들은 아마도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대중시인”이라고 말한다. 반면 한때 탄생과 죽음, 결혼식, 축제에 함께했던 시는 이제 우리 삶에서 찾아볼 수 없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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