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강원 삼척시 증산동 이사부 사자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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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  발행일 2017-03-24 제38면   |  수정 2017-03-24
우산국 벌벌 떨게 한 나무사자들 떡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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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 사자공원에서 칼을 든 사자가 동해를 지키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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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 사자공원. 신라시대 이사부가 우산국을 점령할 때 함께했던 나무사자를 테마로 한 공원이다.

삼척의 가장 북쪽 해안에 작은 마을이 있다. 수목의 무수한 잔가지들에 조각난 하늘처럼, 참 작다. 참재라는 조그만 고개가 마을의 북쪽에 봉긋하고 와우산이라는 긴 곶이 마을의 남쪽을 감싸안아 그 땅을 아우르는 산세가 시루와 같다는 시루뫼 마을, 증산동(甑山洞)이다. 새싹들처럼 옹기종기 모인 집들과 소박한 해변이 호호망망한 바다를 당차게 거느리는 이 마을에는 절세미녀 수로부인의 전설과 신라장군 이사부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증산동 참재 이사부 사자 공원

참재는 삼척의 증산동과 동해시 추암동을 잇고 가르는 고개다. 언덕의 해안 쪽에는 동해와 삼척을 잇는 산책로가 있다. 절벽의 절경을 구름처럼 누리며 걷는 길이다. 언덕 꼭대기에는 조개껍데기 같기도 하고 돛 같기도 한 푸른 건물 하나가 올라앉아 동해를 굽어보고 있다. 뭔가 하고 홀리어 갔더니 먼저 사자들이 달려든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눈 닿는 곳마다 사자들이다. 입을 짝 벌리고 노래하는 사자,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오줌싸개 어린 사자, 삿갓 쓰고 방랑하는 사자, 고동을 부는 사자, 칼을 치켜든 사자, 세월호를 건져 올리는 사자. 사자들이 바글바글한 이곳 시루뫼 마을 참재의 다른 이름은 ‘이사부 사자공원’이다.

이사부(異斯夫)는 신라 지증왕 시대에 삼척의 군주(軍主)였다. 당시 울릉도와 독도는 우산국(于山國)으로 신라에 귀복하지 않고 있었다. 지증왕은 이사부에게 우산국 정벌을 명한다. 우매하나 사나운 우산국 사람들을 힘으로 정복할 수 없었던 이사부는 한 가지 지략을 발휘한다. 그들의 우매함을 이용하는 것. 이사부는 전함에 수많은 나무사자를 싣고 가 “항복하지 않으면 맹수를 풀어 밟아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그들은 마침내 항복하고 말았다. 그때가 512년, 울릉도와 독도를 아우르는 넓은 해양영토가 우리 역사에 최초로 편입된 때다.

이사부 사자 공원에는 100개가 넘는 사자들이 부적처럼 자리한다. 이들은 모두 독도사랑 나무사자 공예 대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이다. 이 유쾌하고 든든한 사자들은 1천500년 전 신라장군 이사부와 함께 우산국을 정벌했던 사자의 후손들인 셈이다.

공원에는 이외에도 어린이놀이터, 사계절 썰매장, 야외공연장, 산책로 등이 갖춰져 있다. 언덕 정상의 건물은 전시실을 겸한 전망타워다. 내부에는 국가표준영정 제83호로 지정된 이사부 장군의 대형 영정이 원본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한쪽에는 도계 유리공예 단지에서 만든 작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는데 석탄 폐석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유리라 한다. 이사부 장군이나 독도에 대한 전시물이 거의 없어 조금은 아쉽지만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동해의 풍경만은 벅차다.

삼척∼동해 잇는 언덕 ‘참재’꼭대기
이사부공원엔 100여마리 사자 바글
1500년前 우산국 정벌한 사자 후손들

시루 닮은 산세 ‘시루뫼마을’ 증산동
300살 회화나무 버텨 선 성황당 눈길
해변 남쪽 ‘수로부인 전설’ 해가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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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 사자공원에서 내려다본 예쁜 시루뫼 마을, 증산동. 길가 담벼락에는 옛사람들의 일상과 순정공 부부의 행차가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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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동 성황당. 당집 앞 회화나무의 나이가 약 300살이라 한다.

◆삼척 바다의 작은 마을, 증산동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예쁘다. 저 맑은 노랑과 연두의 지붕은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더러 보이는 빈집과 빈터마저도 추억에 잠긴 듯 평온하다. 이 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숙종 때부터라 한다. 길가 담벼락에는 소 끌고, 말 타고, 윷놀이하는 옛 사람들의 일상이 소박하게 그려져 있다.

참재 아래 마을을 마주보는 자리에는 성황당이 있다. 당집 앞의 회화나무가 약 300살이어서 성황당의 나이도 그 즈음이라 여겨진다. 성황당에서 모시는 신은 성황지신과 수부지신으로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섣달 그믐날 동제를 지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시작한다.

마을 앞 해변은 200m가 채 되지 않는 아담한 규모다. 평균수심이 1~2m 정도여서 안전하고 조용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강원도 고성에서 삼척을 잇는 240㎞길을 낭만가도(浪漫街道)라 하는데, 그중 삼척 구간 51㎞의 출발점이 바로 이곳 증산해변이다. 이웃한 동해시 추암해변의 촛대바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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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 해변 남쪽 수로부인 설화가 전해지는 해가사 터.

◆땅을 두드리며 노래하다, 해가사 터

증산 해변의 남쪽, 와우산 끝자락에 막대기 모양의 ‘해가사의 터’ 표지 조형물이 번쩍 솟아있다. 가까이에는 임해정(臨海亭) 현판을 단 정자도 서있다. 이곳은 ‘삼국유사 기이편 수로부인조’에 기록되어 있는 신라가요 ‘해가사(海歌詞)’가 태어난 곳으로 추정된다. 수로(水路)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강릉 태수였던 순정공(純貞公)의 부인으로 신라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린다. 벼랑의 꽃을 소 몰던 한 노인이 꺾어 주었다는 ‘헌화가(獻花歌)’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해가사의 탄생은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할 때의 일이다. 일행이 바닷가 정자에서 점심을 먹던 중 홀연히 해룡(海龍)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납치해 가버렸다. 이때 한 노인이 말하기를 “백성을 모아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땅을 치면 나타나리라”고 하였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 놓아라 / 남의 아내 앗은 죄 그 얼마나 큰가 / 네 만약 어기고 바치지 않으면 /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라.”

백성들이 모여 땅을 두드리며 노래하니 용이 수로부인을 돌려주었다고 한다.

임해정 안에는 2003년에 지어 걸었다는 시판이 하나 있다.

“해안을 치며 부른 / 백성들 해가사는 / 창칼보다 더 무서워 / 수로를 도로 바쳤네.” 바다의 신 해룡도 백성들의 노래는 당해내지 못했다. 어느 시대건 하나 된 군중의 소리는 창칼보다 강하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IC로 나가 7번 국도를 타고 북향한다. 동해시에 닿기 직전 갈천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새천년도로를 타고 가다가 삼척해변역 지나 좌회전하면 와우산 넘어 해가사 터에 닿는다. 해안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마을 안쪽에 이사부 사자공원이 자리한다. 공원 입구에 주차장이 넓고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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