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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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4 07:44  |  수정 2017-03-24 07:44  |  발행일 2017-03-24 제16면
[문화산책] 넌 할 수 있어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고래도 춤추게 하는 말 한마디의 기적. 칭찬!

어제 2교시 수업 시간. 앞문을 열고 들어가 채 문을 닫기도 전에 녀석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선생님 오늘 의상이 봄이네요” “예뻐요” “아니야, 선생님 얼굴 때문에 옷이 사는 거야” 여기저기 저희끼리 난리가 났다.

“귀여운 놈들….” 4주가 지나면서 심심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던 녀석들의 입이 봉인해제 되었다. 데면데면하던 녀석들이 이제 까불고 친한 척(?)하며 수업이 힘들다고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는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듣는 칭찬은 정말 기분이 좋다.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부정적이며 탓하고 질책하기 바쁜 세태에 학교, 아이들과 선생님, 학생들끼리 의례적인 관계로 자리 잡은 것이 오래전이니. 이런 ‘칭찬’도 ‘관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어찌 기쁘고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아이들의 이런 칭찬은 그날 하루 용량, 아니 그 이상의 에너지원이다.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한다. 따뜻하고 진심 어린 나의 격려와 칭찬 한마디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기에. 실제로 아이들이 불쑥 고백을 해오기도 한다. 선생님이 어느 수업 시간, 복도에서, 동아리 활동 시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셔서 힘이 났다고. 구체적인 장소와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사실 내 기억 속에는 없는 얘기들을 신나서 한다.

오래 전 나도 대학교 동기들과는 다른 교직의 길을 선택하고 불안해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에게 지도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은 짧고 단호했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안 생긴다”는 한마디. 설득도 아니고, 칭찬도 아닌, 미래의 일을 너무나 단호하게 말씀하셔서 오히려 의아했던. 그런데 그 한마디가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다. 이상하게 그 한마디는 무슨 묘약같이 나의 불안감을 일소시켰고 꿋꿋하게 교직의 길을 잘 가고 있다.

어느 날부터 칭찬 관련 책이며, 칭찬 십계명과 같은 칭찬의 기술이 부각되고 있지만 칭찬을 위한 칭찬, 칭찬스티커 식의 요란한 칭찬이 답은 아닌 듯하다. 따스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말투, 믿음이 바탕이 된 관심이 오히려 더 큰 사랑이고 훈육이 아닐까 싶다. 수업 시간 열심히 듣고 있는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주기만 해도. 복도를 지나며 인사하는 아이 어깨만 툭 쳐줘도. 실체 없는 불안과 혼돈의 시기를 헤쳐 나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넌 할 수 있어” “다 잘 될 거야”라는 듯이.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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