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절박한가, 그렇지 아니한가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3-22   |  발행일 2017-03-22 제30면   |  수정 2017-03-22
유커에 의존하는 국내관광
중국 사드보복으로 직격탄
전세계 무슬림 약 17억 명
年 1천510억달러 관광소비
대구 대책세워 적극 유치를
20170322
박정호 변호사

중국의 사드 보복이 거세다. 요즘 관광명소나 쇼핑거리에서는 중국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 정부의 태도로 봐서는 금방 수위를 누그러뜨릴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단순한 몽니 수준으로 가볍게 봐서는 곤란하다. 이참에 미국에 대항하여 아시아 패권을 손에 쥐겠다는 본심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외교 쪽은 미국에, 경제 쪽은 중국에 의존하는 태도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우리는 늘 오늘날과 같은 위험과 불안을 안고 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굴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벗어나긴 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치가 않다.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지혜를 모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데, 결국 던져진 화두는 ‘다변화’일 것이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천700만명 중 유커(중국인 관광객)는 806만명으로 47%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러니 중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구 다른 곳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동남아·대만·홍콩 그리고 인도, 특히 무슬림 시장이 있다.

다행히 고무적인 것은 최근 동남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2015년에 비해 2016년은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알다시피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90% 가까이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에 나온 장소를 보기 위해, 한국 여배우가 쓰는 화장품을 사기 위해 한류를 따라 바다를 건너 멀리 우리나라를 찾는다. 그들은 머리에 히잡만 둘렀을 뿐 먹고 쓰고 가는 여느 관광객과 다를 게 없다. 올해는 이러한 무슬림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출신국도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를 비롯하여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다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 목적으로 한국을 많이 찾는 아랍에미리트 관광객의 경우 1인당 지출액이 1천771만원에 달한다니, 의료관광도시를 추구하는 대구시로서는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약 17억명인 무슬림은 2015년 순수 관광 목적으로만 약 1천510억달러를 썼다고 한다. 이는 중국 사람들이 지출한 돈과 거의 맞먹는 액수이고, 2021년에는 세계 관광시장의 12.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우리의 무슬림 관광객 수용 준비나 자세는 말도 못하게 부족하다. 세계무슬림여행지수(Global Muslim Travel Index)를 보면, 2016년 한국은 조사대상 100개국 중 54위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식사나 기도실이라는 무슬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는 셈인데, 그래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는 게 용하다. 한국에서는 남이섬 딱 한 군데가 무슬림을 위한 식당과 기도실을 갖춘 거의 유일한 관광지라니, 말해 무엇하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는 관내 할랄음식점과 기도실을 표시한 ‘할랄지도’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관내 각 음식점 외부에는 할랄 표식을 붙여 무슬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전국 곳곳의 이슬람 사원에 할랄지도를 비치해 이태원을 소개하고 국내 거주 무슬림의 방문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최근 대구시 역시 동남아 관광객 무비자 대책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나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준비가 뒤따른다면 관광 불모지 대구가 중심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인프라 등 외적인 준비만큼이나 내적인 준비, 즉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무슬림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오해부터 불식해야 한다. 할랄식품 해외진출 지원 사업 역시 다분히 그 때문에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라도 ‘다변화’라는 화두를 진짜 절박한 심정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래서 대구가 ‘열린 국제도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