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법조이야기] 탄핵 후 달라진 최순실 등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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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2   |  발행일 2017-03-22 제29면   |  수정 2017-03-22
최순실과 SK최태원 회장
박 전 대통령 증언 입닫아
KT황창규 회장 출석거부

전에 비해 흰머리가 사뭇 눈에 띄는 최순실씨. 지난주 금요일 어김없이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최씨는 탄핵 이후 재판에서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삼성으로부터 5억5천만원의 1차 후원을 받은 사실을 아느냐”는 검찰 질문에 “잘 모른다”고 대답한 뒤 “형사재판과 관련돼 있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한 것.

최씨는 21일 장시간 검찰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검찰에서 자꾸 대통령을 끌고 들어가고, 김종 전 차관도 자꾸 그런다”며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헌재 탄핵 선고를 앞두고 이미 변호인을 통해서 조력을 시작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최씨는 특히 신문에 앞서 “뇌물죄와 관련해 준비된 게 없고 상황을 아는 것도 없다”며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면 일부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삼성이 후원할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냐”며 최씨와 김종 전 차관, 박 전 대통령을 묶어 ‘공모 관계’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관련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최씨뿐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소환에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김창근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장이 최 회장 사면 직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주목했다.

‘하늘 같은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사면 관련 대가가 있었는지 집중 추궁했다. 앞서 안종범 전 수석은 지난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최 회장의 사면 계획을 김창근 전 회장에게 미리 알려줬다고 진술했는데, 김 전 회장이 최 회장 사면 발표 후 안 전 수석에게 ‘하늘 같은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문자를 보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오간 것이라는 게 안 전 수석의 설명.

검찰은 때문에 이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또 최 회장 사면 이후 면세점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청와대 측 특혜가 있었는지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전후로 다른 대기업으로 불똥이 추가로 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 이를 우려한 탓인지, 연임이 확정된 KT 황창규 회장은 재판에 잇따라 증인 출석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의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에 대한 지난 금요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던 황창규 회장은 법원에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지난 8일과 15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재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데 이어 벌써 세 번째다.

황 회장은 안종범 전 수석으로부터 최순실씨 측근인 이동수씨를 KT 전무에 채용하도록 청탁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황 회장은 신고서에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외에 아는 것이 없다”며 증인 채택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리려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이 자연스레 나온다.

검찰 수사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 미르와 K스포츠재단 외에도 다른 사업이나 청탁으로 최순실씨와 엮인 대기업이 한둘이냐”며 “소환 조사를 앞두고 괜히 박 전 대통령 조사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는 변수들은 만들지 않는 게 낫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 당일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핵심 인물들이 불과 300m 거리에서 줄줄이 재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된 21일 오전 9시30분,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수석은 재판을 앞두고 법원 구치감 앞에 도착해 구치소 호송차량에서 하차해 재판을 받은 것.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며 지난해 9월 이후 만난 적이 없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40년 지기 인연에서 본인의 대통령직 파면에 결정적 계기가 된 인물과 법원·검찰 청사에 사잇길 하나를 두고 조사와 재판을 받은 건데, 둘 사이가 직선거리로 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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