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장미 대선’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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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1   |  발행일 2017-03-21 제31면   |  수정 2017-03-21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 노점으로 생계를 꾸려온 26세 청년 모하메드가 경찰의 폭압적인 노점상 단속에 분노해 분신을 시도했다. 분신자살 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이를 지켜본 튀니지 국민은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부패한 독재자의 24년 철권정치는 결국 국민 시위에 의해 막을 내린다. 그 유명한 ‘재스민 혁명’이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예멘·알제리·리비아·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여러 나라의 민주화를 촉발하는 단초가 됐다.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에서 일어난 일련의 반정부 투쟁과 민주화 과정을 의미하지만, 흔히 다른 중동국가의 반정부 운동도 재스민 혁명이라 일컫는다.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의 국화 재스민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일자가 5월9일로 확정되면서 ‘장미 대선’이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올 연초 조기 대선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주로 ‘벚꽃 대선’으로 회자됐다. 하지만 벚꽃은 4월 초·중순이 절정으로 5월엔 벚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으로 명명한 건 나름 합리적이다. 대선이라는 묵직한 화두도 꽃 이름으로 수사(修辭)를 붙이고 보니 국민축제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장미의 꽃말은 꽃잎의 색에 따라 다양하다. 붉은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고 백색은 ‘결백’, 노란 장미는 ‘질투’, 보라색은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 특히 파란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라는 게 이채롭다. 파란색 장미가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파란 장미의 탄생이 영원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일본의 식음료 기업인 산토리홀딩스는 팬지꽃에서 파란색소를 만드는 유전자 ‘블루진(blue gene)’을 추출해 장미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2004년 파란 장미 개발에 성공했다.

‘재스민 혁명’이 중동의 민주화를 견인했듯 ‘장미 대선’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 시행, ‘작은 청와대’ 구현, 국민 대통합, 소득 양극화 완화는 차기 정부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다. 역사적 소명을 해결해 국민에게 ‘파란 장미’를 선물할 대통령이 강림(降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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