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립대 대선 어젠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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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  발행일 2017-03-20 제31면   |  수정 2017-03-20

산업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거진 서울의 비대화는 이제 핵분열을 일으켜 수도권 일극주의(一極主義)로 치닫고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는 오래다. 해가 갈수록 그 위세는 드세져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원료공급기지화 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국토의 극단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세종시), 지역 혁신도시로의 공공기관 이전 등 인위적인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오히려 미숙한 실행 프로그램으로 인해 업무능률 저하, 소모비용 증가 등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한 원인진단보다는 처방에만 치우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수도권 일극주의 극복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지만 지역 국립대 위상 강화는 필수적인 옵션이 돼야 한다. 비수도권의 경제, 문화가 피폐해진 상황에서 고등교육(대학) 기능마저 위축된다면 더 이상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지도 모른다. 수십 년 전에 비해 국립대 위상이 많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수도권과 경쟁할 정도는 된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국토균형발전에 필요한 작은 불씨인 셈인데 지금과 같은 국립대 홀대 정책이 계속된다면 그 불씨마저 사그라질까 두렵다. 지역의 거점국립대나 지역중심 국립대 위상에 따라 주변 사립대학도 부침을 같이해왔다는 점에서 지역 국립대 발전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될 문제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10일 전국 9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참석한 ‘제1차 전국 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와 지난달 열린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 올해 1차 회의에서 국공립대 총장들은 국립대 발전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를 진행했다. 지난달 회의에서는 각 국립대 기획처장들을 주축으로 지난 1월 발족한 국공립대 대선정책 기획위원회가 ‘미래 한국을 위한 국공립대학교 발전방안’ 초안을 비공개 발표하고 총장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예정 시간을 넘어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구체안을 마련해 대선 어젠다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권 후보들의 교육공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국립대 발전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

박종문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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