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예술인이 누리는 관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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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20 08:08  |  수정 2017-03-20 08:08  |  발행일 2017-03-20 제23면
[문화산책] 예술인이 누리는 관대함
박정현 <설치미술 작가>

현대인들은 여유가 없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고 기계가 많은 일을 대체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시간적 여유도 많아졌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는 인색한 듯하다. 작은 실수에도 쉽게 화를 내고 신호등 앞 몇 초를 기다리지 못한다.

그렇게 인색한 현대인들이 예술가들에게는 왜 그렇게 관대한가. 예술가들은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면서 주위에서 조금은 다른 대접을 받을 때가 있다. 어느 대화에서 누군가가 주제와 맞지 않은 본인만의 주장을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지 모르지만, 그가 예술가라고 하면 좋든 싫든 대부분 그 행동을 ‘아, 예술가라서…’라며 이해하듯 넘어간다.

어떤 이가 늦게 일어나서 오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하면 늦잠 자는 게으른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예술가(작가)라면 작업하다 늦게 자서 약속에 늦었다고 둘러대도 선뜻 수용하면서 그 상황에 대해 인정해 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반대로 원칙대로만 사는 많은 작가들은 ‘작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상한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몇 년 전 어느 모임자리에서 보수적으로 보이는 한 분이 나에게 술을 한 잔 권하셨다. 술을 마실 줄 모른다고 거절을 하니 담배를 한 개비 주셨고 담배 역시 경험이 없다며 거절하니 “예술가로 성공하긴 힘들겠네”라며 농담을 건네셨다. 예술가로서 그것이 좋은 의미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뭔가 일탈을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많은 예술가들의 행동들은 기이하기도 했고 일반적이지 않은 삶을 살기도 했다. 그러한 배경은 그들의 작품들을 더욱 감동적으로 묘사하기 충분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반적이지 않은 삶과 언행이 예술적 기질로 인식돼 왔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예술가들에게 관대한 반면 사회는 예술인들에게 관대하지 않다. 예를 들면, 은행에서 ‘작가’라는 직업은 ‘무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사회 구조 속에서는 어떠한 관대함(보호·혜택)도 받지 못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지나친 이해심을 받기도 한다.

독일의 전위예술가인 요제프 보이스는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982년 독일 카셀의 도큐멘타에서 ‘7000 떡갈나무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현대인들은 모두가 예술가이기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예술가들’에게 특별한 관대함과 이해심은 필요가 없다.

배려심 없는 고집이 ‘작가적 고집’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이 ‘예술적 기질’로 포장된다면 우리 작가들에게도 결국 외로움과 고립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박정현 <설치미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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