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봄, 캠퍼스의 새내기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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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7   |  발행일 2017-03-17 제21면   |  수정 2017-03-17
[기고] 새봄, 캠퍼스의 새내기들에게
강미아 안동대 교수

봄이다. 다가오는 시간이 늘 새롭듯 이 봄도 새봄으로 찾아왔다. 새봄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우리가 공으로 얻는 삶의 선물이다. 새로운 것은 설렘을 유발하고, 설렘은 꿈을 꾸게 한다.

대학의 새봄에는 새내기들이 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기나긴 학업을 잠시 쉴 틈도 없이 변화무쌍한 세계에 적응을 하기 위해 지식과 정보를 쌓고 활용하는 일에 또다시 그들의 청춘을 보낼 것이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앞선 세대에 비해 더욱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현상도 촘촘하게 파악할 수 있는 현미경을 장착하고, 동시에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삶마저 볼 수 있는 망원렌즈도 짊어져야 한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처럼 상반된 지식과 기술을 모두 체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게다가 어떤 것을 지지하고 선택하는 것에 쓰이는 중요한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결과는 오롯이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온전히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욕구는 학문을 향해 있는 것만이 아니다. 가깝거나 먼 미래에 그들이 활동하며 살아있을 무대에 적합하고 어울릴 수 있는 인적자본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한다. 이것은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이 또한 아무도 대신해 주지 못하고 책임져 주지 않는 삶이고 그들의 몫이다.

요즘 대학생은 학점이수를 통해 자신의 몫을 정량적으로 챙기는데 급급하다. 그래서인지 당사자들의 생각과 무관하게 대학이 졸업학점을 축소시켜 인적자본의 형성기회를 줄여도 반항하지 않는다. 4학년도 타 전공으로 변경할 수 있게끔 정책이 제도화됐는데도 반응이 없다. 심지어 수시로 탈을 바꿔 쓰는 학과명의 이합집산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대학구조개혁이란 거창한 이름 아래 대학생들에게는 본질적으로 수동성만 강요한다. 그러한 정책은 제도로 정착될 수 없음을 인지한 엘리트들이 고안한 교육정책이지만 근본적으로 모순된 목표 투성이다. 대학생들이 학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전공과 교양 분야에서 일정 시간 이수를 하고 학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는 대학생들이 예전과 달라졌으며, 인성이 부족하고 교양도 요구된다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는 통합학문이란 왜곡된 방법으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정량적 셈으로 보면 졸업학점이 늘어야 축적할 수 있는 지식이 더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한 지식은 개인의 인적자본 가치를 증대시키고 취업을 위한 경쟁에도 쓸모있게 사용될 것이다.

교육은 정량적 인적자본을 넘어 정성적(定性的) 사회자본을 동시에 형성해야 한다. 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친구들은 경쟁자이면서도 서로가 공유하고 교환할 정보를 가진 사회자본이다. 전공뿐만 아니라 교양과목에서 얻은 결과들은 개인의 자산이 되며, 그 과정은 사회자본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그러므로 사회자본은 덧셈이 아닌 곱셈의 가치로 계산돼야 마땅하다. 큰 그림을 그려보지도 못한 채 근시안적 발상으로 정작 대학생들에게 힘이 될 미래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몹시 안타깝다.

새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졸업학점의 한계를 넘어 개인의 재능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청강을 권한다. 27년차 사회인인 나는 대학생 때 청강으로 들은 교과목의 지식을 주 자산으로 해 생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이 권고는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놓은 교육정책을 뛰어넘는, 변화의 주인공이 되는 데 대학이 품고 있는 다양한 자원을 맘껏 써달라는 간곡한 부탁이기도 하다.

새내기들이 건강하고 온전한 심신으로 각자의 삶에 주인공이 되리라고 믿으며 20년간 보살펴 준 그들의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말하고 싶다. 새내기들과 함께 더 나은 교육, 더 좋은 훈련으로 그들의 자원을 확장시켜주고 싶은 것이 나의 새 바람이기도 하다.

강미아 안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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