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교사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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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7 07:42  |  수정 2017-03-17 07:42  |  발행일 2017-03-17 제16면
[문화산책] 교사 예찬론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겁 없고 용감했던, 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가 교단에 선 지 27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강산이 세 번 변할 만큼의 긴 시간이다.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내보냈다. 참 힘이 뻗쳐서 막무가내로 들이대던, 너무 나댄다고 혼자 튄다고 옆 반 담임선생님에게 한 소리 듣기도 했던,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선생님 되기를 잘했다고 자부심 충만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정 문제로 호되게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한 제자와 같이 거닐던 해인사의 추억도 있고, 반 전체 30명의 학생이 편지와 장미 한 송이로 나를 감동하게 했던 스승의 날도 생각난다.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많이 혼내고 같이 울기도 했다. 그러던 녀석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안고 찾아오기도 하고, 문자로 인사를 전한다. 그럼 난 ‘이렇게 아는 척(?)만 해줘도, 그 마음이 언제나 고맙고 힘이 된다’고 답을 보낸다. 아이들은 내가 기울인 정성보다 더 크게 받고 더 크게 느끼고 나에게 되돌려주는 듯하다.

그러나 세태가 변하고 학생들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열정과 사랑만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기에는 한계를 느끼는 일이 많다. 거침없이 뛰어들었던 ‘열정’ 자리에 결과에 대한 ‘계산’이 먼저 따라온다. 상황별 지침과 매뉴얼에 기대는 사안이 많아졌다.

아이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자신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선생님에게는 익명성을 빌려 거침없이 인신공격성 평가가 올라오기도 한다. 자신감과 자부심도 많이 위축됐다. 적지 않은 혼란과 갈등 속에서 ‘좋은 교사’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산에서 길을 잃으면 골짜기를 헤매지 말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는 말이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EBS 교육 관련 프로그램의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 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1위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는 선생님, 2위 차별하지 않는 선생님, 3위 잘 가르치는 선생님, 4위 칭찬과 격려해주는 선생님, 5위 재밌는 선생님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좋은 선생님의 덕목은 순위 변화만 있을 뿐 크게 새로운 것은 없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으로 무장하고 따뜻한 시선과 성숙함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이 방황과 혼돈의 시기를 거쳐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큰 호사를 아무나 누릴 수 있겠는가. 즐겁게 행복한 마음으로 기꺼이 그 호사를 누려보겠다고 다짐한다. 정경옥 <대구관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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