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근로편의점’ 저소득층의 꿈을 키운다

  • 글·사진= 박태칠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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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5   |  발행일 2017-03-15 제14면   |  수정 2017-03-15
20170315
성정선씨가 매장에서 손님이 구입한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작년 2월 BGF프리테일과 계약
대구 동구에 1·2호점 개설
동구청, 장려금 등 ‘자립 지원’

율하동 2호점 근무 성정선씨
“이 시간엔 내가 사장인걸요”
책임감 있는 근무태도 빛나


가난에서 벗어나기란 참 힘들다. 평생 노력해도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하는 사람이 10명 중 6명이라는 통계청의 발표대로, 어려운 형편에서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그러나 이런 통계수치와 상관없이 사장의 꿈을 키우는 ‘흙수저’들이 있다. 대구 최초의 자활근로 편의점이 이들의 일터다. 대구시 동구 율하동에 자리한 자활근로 편의점 2호점(CU 율하동로 중앙점)을 찾아간 때는 지난 3일 오후 7시쯤. 도시의 골목은 이미 어둠이 깔려 사방이 컴컴했지만, 간판 조명은 환하게 빛났다. 마치 이들의 밝은 앞날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자활근로자가 근무한다는 선입견에 힘든 삶을 떠올리며 문을 여는 순간, “어서 오세요” 하며 반기는 밝은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날 근무자는 성정선씨(여·56).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편의점 특성상 3교대다. 성씨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맡고 있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물건 들어올 때가 조금 힘들다”고 말했다. 쉰이 넘은 여자의 몸으로 음료수·물병 상자를 옮기고 매장을 정리하는 것이 힘에 부치긴 하지만, 그 외에는 힘든 줄 모른다는 것이 성씨의 설명이다.

대화 도중 손님이 들어오자 인사를 건네고 계산도 척척 잘하고 컴퓨터도 잘 만진다. 일을 시작하기 전 3개월 정도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처음 배치받았을 때는 상품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 손님들에게 몹시 미안했다고 한다. 이제는 어디에 무슨 물품이 있는지 척척박사다. 주택가 이면 도로인데도 손님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주변에 원룸형 주택이 많아서 그렇단다.

“월급제인 데다가 급여도 많지 않으니 대충 시간만 보내도 되지 않느냐”는 다소 거북한 질문에 “이 시간에는 내가 사장인걸요”라는 책임감 있는 답변을 한다. 고교생인 아들과 함께 전셋집에서 어렵게 살아간다는 성씨는 매달 통장에 적금을 10만원씩 넣고 있다. 그러면 동구청에서도 10만원을 보태주고 중앙자활센터에서도 장려금이 나오며, 동구지역자활센터에서도 사업단의 수익에 비례해 최대 월 15만원까지 지원한다.

자활참여기간 3년을 근무한 후 6개월 내에 취업이나 창업을 하게 되면 통장의 지원금은 모두 지급된다. 그래서 성씨의 꿈은 편의점 사장이 되는 것이다. “무일푼에서 시작하여 사장까지 되도록 만들어 준다니 우리야 국가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러니 더욱 열심히 일해야 돼요”라면서 손님이 없는 시간마다 물건을 정리하고 바닥을 쓰는 성씨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자활근로 편의점은 동구청 동구지역 자활센터에서 저소득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해 2월 <주>BGF리테일과 계약하고 1호점을 개설했다.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자 2호점을 지난해 11월에 개소했다. 현재 1·2호점에는 성씨처럼 창업의 꿈을 키우는 자활근로자가 8명씩 3교대 근무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동구지역 자활센터 장하나 실장은 “어려운 시기에 열심히 일하는 자활근로자들이 하루빨리 자립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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