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부메랑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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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9

복수 부르는 부메랑 정치
정치에 일가견 있는 이는
지난해 4·13총선 결과에서
이미 오늘의 사태를 예측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적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호남을 홀대했고 청와대 기자실을 폐지해 언론과 등을 졌습니다. 선거중립의무를 위배해 국회에서 탄핵소추까지 당합니다. 국민들도 처음엔 그를 지지했습니다. 쾌도난마식으로 적폐를 쳐내는 용감한 대통령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17대 총선에서 출범한 지 갓 한 달 되는 신생 정당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대통령에게 한을 품은 야당은 똘똘 뭉쳐서 조금씩 커져 가는 실정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임기 후반 노무현은 식물대통령이 되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비극적인 최후를 맞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적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종북정당을 해산시킬 때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습니다. 좌편향된 문화계를 바로잡는다며 선거 때 등진 사람까지 지원명단에서 잘랐습니다. 부패로 찌든 언론계를 바로잡는다며 자신의 당선을 도운 주류 언론과도 척을 졌습니다. 임기 후반을 시작하는 총선에서는 진박논쟁을 불러일으켜 자신이 속한 정당 사람들 대부분을 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정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지난해 4·13총선의 결과를 보고 오늘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측했습니다.

한국 정치는 부메랑의 연속입니다. 그럴싸하게 개혁을 명분으로 내걸지만 수많은 정적을 만들고 그들을 내치다가 결국에는 다시 되로 주고 말로 당하는 복수의 비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지금 또 한 개의 부메랑이 날아올랐습니다. 야당에서는 ‘부역자’ ‘분노’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일상어가 되었습니다. 촛불시위의 대열 맨 앞에는 ‘박근혜 구속’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습니다. 청산대상은 이명박정부의 4대강에서 시작해 재벌, 독재, 친일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혁의 칼은 처음에 종이도 자를 만큼 날카롭겠지만 점점 무뎌지게 될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대통령의 지위가 한낱 장관만도 못하게 떨어졌습니다. 국과장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합니다. 부메랑정치의 주기가 더 짧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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