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보이지 않는 제작진’ 활약

  • 글·사진=한영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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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8   |  발행일 2017-03-08 제13면   |  수정 2017-08-03
‘KBS 우수모니터’ 윤영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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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모니터를 해왔는데, 그냥 잘 견뎌낸 ‘세월’ 그 자체로 보람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새 천년이라며 다들 환호하던 2000년, 윤영미씨는 KBS 방송국 모니터 일을 시작했다. 첫 아이가 태어난 후 100일이 될 무렵이었으니 올해로 17년째다. 방송 모니터는 더 나은 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객관적 시각으로 분석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주업무여서 ‘보이지 않는 제작진’이라고도 불린다.

윤씨는 “모니터는 정보를 얻거나 즐기기 위해 방송을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력과 비평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모니터가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은 ‘모니터를 위한 모니터’가 되는 것”이라며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개선할 점을 지적하는 것은 자칫 제작진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제작진에게 영감을 주는 모니터가 좋은 모니터’라는 확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모니터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냐는 질문에 “일의 대부분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다보니 가능한 한 방송 시간대에는 다른 계획을 잡지 않아야 하고, 설령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잠시 중단하고 모니터에 집중해야 하는 점”이라고 답했다. 윤씨는 “모니터 일은 명절이나 휴가 때도 쉴 수가 없어 가족과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며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17년 동안 모니터 일에 열정을 쏟은 윤씨는 최근 KBS로부터 ‘우수모니터상’을 받으며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녀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 뽑아준 KBS가 늘 고마웠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게 되니 무척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윤씨는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 ‘옛 애인’같은 그림은 떠나보내고 전혀 다른 일을 해왔지만 그림을 보는 감각과 미술비평에 대한 관심이 모니터 일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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