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이 먼저 헌재결정 승복 선언해야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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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6   |  발행일 2017-03-06 제30면   |  수정 2017-03-06
20170306

운명의 1주일 카운트다운
선고 후유증 최소화 위해
대통령의 애국심 발휘와
대선주자들의 후속선언
집회주최측의 해산 필요


필자가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본 건 1998년 4월2일 치러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취재하면서다. 그때는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이 들어선 직후였다. 새 정부는 보수의 아성인 대구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노태우 정부의 실세였던 엄삼탁 전 병무청장을 공천해 총력 지원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카드를 꺼내들어 아성을 지켰다. 박 대통령이 보선에서 승리해 국회로 처음 들어오면서 채용했던 보좌진이 문고리 실세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이재만·안봉근과 2012년 대선 때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춘상 보좌관이다. 필자는 이후 박 대통령이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한나라당 대표, 비대위원장을 역임하고 2007년과 2012년 두 차례 대선에 도전하는 동안 줄곧 가까이에서 취재했다. 단독 인터뷰를 여러 차례 했고, 이따금씩 식사도 함께했다. 참모들과 박 대통령에 관한 얘기도 자주 나눴다.

탄핵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은 지금 ‘무능하고 줏대 없고 소신없이 최순실에게 휘둘린 지도자’로 반대파에 인식되고 있다. 특검의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고 헌재에 직접 출석하지도 않자 ‘고집불통’ 이미지까지 생겼다. 새로운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땜질식 대국민사과를 하고, 우호적인 언론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TV와의 인터뷰에서 일방적 해명을 하자 상황인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지어 대통령의 콘텐츠가 부족해 참모들의 대면보고나 기자회견을 꺼린다는 말도 들렸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까지 10여년간 직접 취재한 경험으로 비춰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정치인 시절 만나 본 박 대통령은 소신과 원칙, 애국심에서 최고였다.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꾸준히 ‘과외’를 받으면서 지적 능력도 풍부했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건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탄핵 위기에 몰리면서 판단력이 크게 흐려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박 대통령을 취재하면서 가장 감동했던 순간은 2007년 8월20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뒤 담담하게 승복연설을 했던 때다. “저 박근혜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정치를 하면서 늘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 사랑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다 잊고, 하루에 못 잊는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열정이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 저와 함께 당 화합을 위해 노력합시다.”

헌재의 탄핵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주 안에 박 대통령이 파면되든 직무에 복귀하든 운명이 갈린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어떤 결론이 나오든 필연적으로 발생할 후폭풍이다. 헌재 결정에 불만인 세력은 불복종운동을 벌일 게 뻔하다. 만족하는 세력은 또 승복을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 걸로 예상된다. 헌재 선고가 갈등의 새로운 시작이 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나는 헌재의 선고를 존중하겠다. 정치권도 국민도 나라를 위해 그렇게 해달라’고 말해야 한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애국심의 발휘다. 필자가 지켜본 박 대통령은 충분히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자면 미련의 끝을 부여잡고 있는 주변 참모들부터 뿌리쳐야 한다. 대통령의 직접 승복 선언에 대통령 대리인단, 국회 소추인단도 화답해야 한다. 각 진영의 대선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탄핵국면에서 충돌한 ‘탄기국’(반대) ‘퇴진행동’(찬성) 같은 조직도 헌재 선고와 동시에 해산을 선언하면 승복 물결의 마무리가 된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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