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눈꼴 사나운 부산의 트집과 생떼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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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3   |  발행일 2017-03-03 제23면   |  수정 2017-03-03
[조정래 칼럼] 눈꼴 사나운 부산의 트집과 생떼
논설실장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놓고 부산에서 말 같지 않은 말들이 많다. 부산지역 언론이 앞장서서 ‘김해 대신 대구신공항’이란 지역갈등 유발성 보도를 하고, 서병수 부산시장이 ‘대구신공항, 부산시민 뒤통수 맞는 것’으로 맞장구를 친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장단을 맞춰 벌떼 여론전을 편다. 김해공항 축소 의혹 제기로 국토부를 압박하며 정부와 대구시 사전 교감설로 음모론을 제기하기까지 한다. 국토부와 국방부 핵심을 장악한 TK인맥의 영향을 대구통합공항 추진 배경이라며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는 철없는 정치인의 철 지난 넋두리에 이어 일부 언론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부산의 몽니가 도를 넘었고, 지역이기적 어깃장이 끝이 없다.

대구통합공항을 ‘확장되는 김해공항’과 대립되는 ‘영남권신공항’으로 보거나 특혜로 받아들이는 논리는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억지와 생떼에 불과하다. 우선 대구통합공항은 K2 군공항 이전 중심의 국방부 주도 국책사업이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김해공항 확장과는 사업 주체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산의 정치인들이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듣도 보도 못한 계획’으로 폄훼하는 것은 자신들의 무식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 사업비와 규모 역시 직접 비교하는 건 단순화의 오류에 빠지는 일이다. 대구통합공항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 7조원은 ‘기부 대 양여’ 방식에 의해 대구시가 직접 조달하는 예산이고, 김해공항 4조원은 국비 지원이다. 누가 더 특혜를 받고 있는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은 K2이전 무산에 따른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전격 추진된 사업이다. 또한 박근혜정부가 사드 성주 배치를 추진하면서 기피시설 수용지역인 TK에 대한 포괄적 지원 차원에서 적극 제안된 국책사업이기도 하다. TK는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영남권신공항이 사실상 축소되거나 무산됐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아직도 K2만 이전하고 민항은 존치를 희망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하지만 K2 군공항의 독자 이전은 비용조달과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대구통합공항은 어떻게 하든 군공항을 도심에서 내보내겠다는 고육지책이자 차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의 얼토당토않은 대구통합공항 흔들기는 어렵사리 가닥을 잡아가는 대구여론에 자중지란의 불씨를 지피고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사기라는 주장과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논리는 자가당착이자 모순투성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은 애당초 정치적으로 배수진을 친 부산의 몽니 탓에 탄생한 절름발이 공항으로 자체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전의 용역에서 김해공항은 중장거리 노선이 마음대로 취항할 수 있는 규모로 확장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외면한 채 ‘가덕도 아니면 시장직 사퇴’라는 약속을 뒤집고 정치적 연명을 택한 서병수 시장은 지금 와서 가덕도 재추진 운운할 요량이면 김해공항 확장안을 수용한 자신들의 당초 ‘실수’를 인정부터 하는 게 순리다.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정부의 꼼수’라고 밀어붙일 게 아니라 영남권신공항을 쪼그라들게 한 스스로의 ‘정치적 꼼수’를 탓해야 하는 게 아닌가. 대구통합공항의 규모가 김해공항 못지않고 개항시기가 더 이르다는 지적과 비판 역시 생떼이긴 마찬가지다. 부산의 아전인수식 사고와 아집이 답답하기만 하다. 부산의 억지가 계속된다면 참고 참았던 대구도 김해신공항 용역의 문제점 등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

영남권신공항발 정치공세는 부산의 전매특허인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신공항 용역발표 예정일을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 가덕도를 전격 방문한 자리에서 ‘객관적, 국제적 기준을 따르면 부산 시민의 바람과 같을 것’이라며 가덕도를 명백하게 지지했다. 이를 두고 ‘국가 백년대계인 신공항 국책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바라보지 않고 영남 갈라치기를 통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얄팍한 술책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지도자답지 않다’고 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쓴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고 지금도 유효하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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