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경고그림 싫어” 담배 메뚜기족 증가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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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1 07:52  |  수정 2017-03-01 07:52  |  발행일 2017-03-01 제18면
흡연경고 없는 담배 보루째 구매
수입담배·담배케이스 인기 상승
“섬뜩한 경고그림 싫어” 담배 메뚜기족 증가
혐오스러운 흡연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뱃갑이 본격 판매되면서 담배케이스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명품브랜드에서도 담배 케이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대백프라자 듀퐁 매장 직원이 담배케이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백화점 제공>

애연가인 직장인 이모씨(42)는 혐오스러운 흡연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뱃갑이 본격 판매된 1월 중순 이후 일명 ‘담배 메뚜기족’이 됐다. 그동안 ‘에쎄 수 0.1’만 고집해 왔지만, 이제는 특정 브랜드 상품에 상관없이 흡연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를 이리저리 갈아타며 피우고 있는 것.

이씨는 “흡연 경고 그림이 있는 담뱃갑을 보면 도저히 담배피울 맛이 안 나 그날그날 편의점에 가서 흡연 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만을 선택해 피우고 있다”면서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흡연자들에게 새로운 시련이 닥친 셈”이라고 토로했다.

흡연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본격적으로 시중에 판매되면서 이른바 ‘담배 메뚜기족’이 크게 늘고 있다. 경고 그림이 부착된 담뱃갑이 소비자들의 담배 구매 패턴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 제조회사는 지난해 12월23일부터 반출(담배공장에서 재고집합처로 나가는 단계)되는 담배에 흡연 경고 그림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제조된 담배 재고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담배 중에는 경고 그림이 없는 것도 있다.

특히 회전율이 낮은 비인기 담배나 외산 담배의 경우 여전히 경고 그림 없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 흡연 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흡연 경고 그림을 피하고 있는 셈.

업계에서는 3월 말이면 대다수 담배가 경고 그림이 있는 제품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담배가 경고 그림이 있는 담배로 대체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구의 한 편의점 직원은 “요즘 특정 브랜드에 상관없이 흡연 경고 그림이 없는 담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흡연 경고 그림은 담배 판매량도 좌우하고 있다. KT&G 대구본부 관계자는 “에쎄 체인지는 판매율이 가장 높은 담배이다보니 회전율이 좋아 1월 초부터 흡연 경고 그림이 있는 제품으로 바뀌었다. 흡연 경고 그림을 피하려는 소비자들 때문에 이 제품의 판매 비중은 떨어지고, 에쎄체인지업 등과 같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다른 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책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흡연 경고 그림이 없는 담뱃갑을 모아뒀다가 다시 이용하는 ‘담뱃갑 재사용족’도 생겨났다.

직장인 김모씨는 “평소 피우던 담배에 흡연 경고 그림이 없는 제품은 더이상 출시되지 않고, 담배 케이스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불편해 새로 구매한 담배를 기존 담뱃갑에 옮겨 담고 있다”고 말했다.

담배케이스로 흡연 경고 그림을 가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신세계백화점 4층 패션잡화 매장에서는 기존 판매량이 아예 없던 담배케이스가 1월 중순부터 점점 늘어나 40개 이상 팔려 나갔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해 명품 브랜드에서도 담배 케이스를 속속 출시하는 모습이다.

아예 담배를 사재기하겠다는 흡연자도 있다. 경고 그림이 부착되지 않은 담배를 보루째 미리 많이 구입해 두는 경우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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