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황교안 대안 떠오르나? 인명진 위원장과 회동 ‘화기애애’

  • 이영란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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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1   |  발행일 2017-03-01 제5면   |  수정 2017-03-01
자유한국당 ‘보수대표 주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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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왼쪽)가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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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맨 오른쪽)가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대한민국 창업·혁신 페스티벌 현장방문에서 벤처창업 및 투자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지지율 오르는 洪 도지사
  특강정치로 영남권 집중 공략
  존재감 과시 광폭행보 잇따라


  ◆ 주춤한 黃 권한대행
  안보 등 이유 특검연장 불승인
  국정안정 호소하며 보수 결집


최근 항소심(뇌물수수 혐의)에서 무죄를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28일 특검 연장 문제와 관련, 정치권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또다시 강조하면서 김정남 피살사건 등으로 불거진 북한의 안보 위협을 적시, 국정 안정을 호소했다.


◇…지난달 22일부터 부산·대구·울산에서 잇따라 특강을 하며 영남권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홍준표 도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를 올리며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그는 야권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홍 도지사는 28일 경남 창원의 한 식당에서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회동을 갖고 1시간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무죄 판결 이후 홍 도지사가 인 위원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당은 최근 뇌물수수 혐의 항소심 무죄를 받은 홍 도지사에 대한 당원권 회복을 검토하고 있다. 대선 경선 참여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다.

홍 도지사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지금 대통령이 탄핵이 될지 안될지 하는 국면인데, 대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며 “(당원권 정지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 후 홍 도지사의 대선 출마설이 나도는 가운데, 대통령 탄핵 결과가 나올 때까진 말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홍 도지사는 이어 최근 3%대 지지율을 기록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 90%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지금 여론조사는 광적인 지지계층만 대답하는 여론조사”라며 “각 진영의 후보가 결정된 뒤에야 여론조사가 의미가 있다”고 말해 현 야권 대선주자들의 여론조사 강세 결과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아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1등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고, 2등하는 사람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며 “내 사건은 법률적 쟁점이 하나도 없는데 그걸로 내게 시비를 걸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이날 “현재 상황에서 홍 도지사의 당원권 회복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라며 “대선 경선 흥행이 잘 안되고 있는 만큼 홍 도지사의 경선 참여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2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특검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매주 도심 한가운데서 대규모 찬반 시위가 이어지고 정치권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안보위협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이해해 달라”고 박영수 특검의 연장 불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은 특히 “말레이시아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김정남의 피살은 국제적으로 생산이 금지된 독성화학물질(VX)에 의한 테러이며, 북한 정권이 배후에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안보 문제를 거듭 부각시켰다.

황 권한대행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야권에 맞서는 동시에 안보 문제를 건드리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탄핵 시위를 반대하면서도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샤이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주도권을 쥔 야권이 산적한 대내외 국정 현안보다 탄핵 정국 조성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까지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 권한대행의 안보 문제 언급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40~50대 어머니들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마저 나왔다. 2004년 미국 대선 직전 제2의 9·11테러를 경고하는 오사마 빈라덴의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자 가족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안보 문제에 관심이 높은 일명 ‘시큐리티맘(security mom)’들이 결집하며 보수성향의 조지 W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다. 징집 의무가 있는 한국의 경우 ‘시큐리티맘’의 힘이 미국보다 더 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 고위 관계자는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한 그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황 권한대행은 이번 결정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 규명을 가로막은 장본인이란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됐지만, 지지층은 오히려 견고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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