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인이 바라보는 공항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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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8   |  발행일 2017-02-28 제29면   |  수정 2017-02-28
[기고] 기업인이 바라보는 공항 이전
이성월 (대구상공회의소 국제통상위원장)

‘공항’이라는 말보다 우리 지역에 희망과 상처를 동시에 선사한 애증의 단어는 없을 듯하다. 오래전부터 지역에 진정한 국제공항이 들어서기를 간절히 염원해 왔고, 남부권의 생존과 상생발전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밀양 신공항’을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결국 절반의 성공만 거둔 곳이 바로 우리 지역이다.

공항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관광이나 물류산업과 관련한 고용창출, 관광객 유치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떠올리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국제공항은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기업과 시장이 생산지역 인근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단일 지역이나 국내 기업들로만 경쟁하지 않는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고, 전 세계 기업들과 끊임없이 국경 없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나 역시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작은 중소기업조차도 상당수는 직간접적으로 수출 등 해외시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어 기술이전과 협력을 위해 타 지역이나 외국 기업과의 교류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동료 기업인들로부터 국제공항 부재에 따른 불편을 듣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광이나 여행을 위해서 타 지역 공항을 이용하는 번거로움 정도는 대다수가 감내하려 하지만, 비즈니스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분노를 넘어 울분을 토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출기업들로부터 가장 빈번하게 듣는 사례가 인천공항을 통해 바이어를 모셔 오는 경우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과 비용 낭비에다 긴 이동시간으로 인한 일정 조정 등의 문제로 계약체결이나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이 비일비재하다. 인천공항에서 대구를 방문해 생산시설이 있는 대구 성서나 달성지역을 방문하고, 다시 인천으로 출국하는 일정을 한번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그 힘듦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지역에서 미주나 유럽지역으로 출장을 가려면 밤새 잠도 못 자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하거나, 하루 전날 가서 숙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추가 비용과 시간은 물론 이에 따른 피곤함은 사은품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하곤 한다.

나는 공항 관련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대구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다양한 원거리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충분한 활주로 길이를 확보해야 하고, 소음공해와 개발소외지역 공항 인근 주민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전 혹은 확장에 대비한 비용이 문제다.

많은 대구시민들이 민간공항은 편리하게 도심 내에 가까이 두고 소음과 운항시간 제약 등 많은 단점을 안고 있는 K2만 이전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다만 ‘실현 가능하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이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선 현재의 ‘기부 대 양여’ 방식을 통한 K2 부지의 개발 수익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군공항만 이전한다면 남아있는 민간공항 역시 소음과 고도제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부지를 개발, 천문학적인 군공항 이전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울러 공항 이전대상지에서도 소음유발 기피시설이라 할 수 있는 군공항만 단독으로 이전 받으려 할까. 이는 자신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전형적인 님비현상일 수밖에 없다. 대구공항 이전은 대구와 경북을 비롯한 주변을 아우르는 상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다.

우리 지역은 공항건설과 관련해 많은 갈등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 아픈 기억을 또 우리 지역 내에서 반복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특히 통합이전이 상당히 진행돼 예비 이전대상 부지까지 선정된 상황에서 이전 방안 자체를 다시 검토하면 더 큰 분란만 일으킬 뿐 지역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이상의 갈등과 분란 없이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관문공항, 다양한 원거리 노선과 편리한 접근성을 가진 공항이 하루빨리 건설되도록 대구가 하나로 뜻을 모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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