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원장의 한의학레터] 전립선 질환, 남성 호르몬 문제·과음·노화가 원인

  • 임호
  • |
  • 입력 2017-02-28 08:00  |  수정 2017-02-28 08:52  |  발행일 2017-02-28 제22면
20170228

한번 발생하면 지속되는 아픔
40·50대에 염증·비대 동시 발병
술 줄이고 꾸준한 운동 통해 회복


‘陰陽(음양)’이란 무엇일까. 오래전 한의대에 다닐 때 추상적으로만 들리며 마음으로 이해되지 않아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이 의문점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우스개 이야기 같지만 남자인 나와 여자라는 존재는 정말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말이다.

남자는 陽(양)의 생리, 여자는 陰(음)의 생리로 완전히 다른 기능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한자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잠시 살펴보겠다.

여자는 한자로 ‘女’라고 쓰며 이는 자궁 속에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남자는 한자로 ‘男’이라 쓰며 이는 밭에서 힘을 쓰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밭이란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바탕을 지칭할 수도 있기에 말 그대로 그 바탕에 씨를 뿌리는 것을 남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여자와 남자에 대한 한자적 표현은 한자가 가진 특성상 많은 것을 포괄하고 있는데, 생리적인 기능의 뜻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여자는 항상 잉태할 수 있는 준비를 유지하기 위해 몸 전체의 혈류를 인체 하부의 자궁으로 끌어당기며 한 달에 한 번씩 밖으로 배출한다. 그러다 보니 혈류가 모이는 것에 따라 열이 발생해 배란기에 따라 체온이 변화한다. 한자에서 끌어안는 모습이 이런 부분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남자는 반대로 心(심)과 肺(폐)에 해당되는 인체의 上焦(상초) 부분에서 힘을 보내게 되어 있어서 여자에 비해 근육이 발달하며, 필요할 때만 생식에 관계된 기능이 발동하게 되어 있다. 의학적으로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하는 역할이 되는데, 한의학적으로 한마디로 여자는 下焦(하초) 생리, 남자는 上焦(상초) 생리가 되겠다.

어느 날 10대 후반의 남자 고등학생이 전립선 질환으로 진단받고 내원했다. 전립선 부위에 염증이 생겨 요도관을 압박해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게 나오지 않아 항상 잔뇨감으로 하복부가 묵직하며 염증 때문에 앉아 있을 때 서혜부와 허리에 우리한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학생이 더 힘들어하는 부분은 통증과 소변의 불편함이 아니라 발기력이 약해짐에 따른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이었다.

40대 중후반의 남성에게서 전립선 질환이 발생한다면 노화적인 부분도 생각할 수 있지만 10대 후반의 학생에게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날까. 힘을 쓸 수 없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부족해지는 것이고 둘째는 소통이 안 되어서 막히는 것이다. 학생의 경우에는 부족하다기보다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막혀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전립선 질환을 설명함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생리에 대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전립선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그 주위만을 보게 된다. 하지만 남자의 上焦(상초) 생리 자체에 문제가 있어 힘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한의학에선 淸上(청상), 通中(통중), 溫下(온하)라고 하고, 그 뜻은 上焦(상초)는 맑아야 되고, 中焦(중초)는 소통이 되어야 되며, 下焦(하초)는 따뜻해야 된다는 말이다. 위의 학생은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해 淸上(청상)이 잘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이 전립선 질환에 대해 가장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는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사이로 전립선의 염증과 비대가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와 과음, 그리고 신체적인 노화가 겹치면서 심리적으로도 큰 위축감을 느끼게 된다. 한 번 질환이 발생하면 잘 낫지가 않으며 만성적으로 계속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전립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남성 생리기능 자체가 약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회복되기 위해선 한의학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淸上(청상)을 유지하고 음식조절로 通中(통중)을 원활하게 만들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溫下(온하)가 지속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음식적인 부분에서 술을 조심해야 되는데 전립선 질환이 발생한 이후에는 음주는 증상의 불편함을 크게 높인다.

물론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음식조절과 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니, 뭔 당연한 이야기를 하냐? 누군 모르고 안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모두가 원하는 것은 ‘현재 겪는 아픔을 치료할 방법이 없을까’이지 각자의 사정이 있는 상황에서 생활에 변화를 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면 병은 ‘큰일이 났구나’가 아니라 우리 몸에서 지금까지의 관리가 잘못됐기에 이제 예전의 습관은 온전히 버리고 변화를 주라고 신호를 주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병이 걸리기 전과 걸린 후의 내가 얼마나 달라져 있는가.

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좋은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전한 치유는 생활습관의 개선에 많은 부분이 달려 있음을 생각해 본다. 그 누구보다 내 몸을 사랑해야 되는 것은 아마 나 자신이어야 할 것이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최재영한의원>

기자 이미지

임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