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승자독식 vs 대연정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2-27   |  발행일 2017-02-27 제29면   |  수정 2017-02-27
[기고] 승자독식 vs 대연정
정재학 (前 경북도의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중 한 명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대연정(大聯政) 화두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안 도지사는 “현재 국회의원 의석 구조로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지 여소야대의 불안정 구조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회정치를 정상화하고 시대의 개혁과제를 완성시키기 위해 대연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소속의 문재인 후보는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연정은 어렵다”며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심지어 “청산대상과의 정권운영,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역사와 촛불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력히 반대한다. 반면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석수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 규모나 대상은 아직 모르지만 연정은 불가피하다”며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개헌이 전제되지 않는 연정 논쟁은 현실성 없고 정치공학으로 비칠 수 있어 정치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반대하는 반면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내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열린 연정’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다운 주장”이라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또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대연정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중도적 입장을 취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동의한다. 사실은 제가 지금 경기도에서 하고 있는 일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늘 주장해 왔다”라며 가장 분명히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협치 변명 말고 대연정 사과하라”고 안 도지사를 성토했고 안철수 후보는 “선거 전에 섣불리 연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가 “타당과의 협의는 불가피하다”면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정당마다, 후보마다 대연정에 대한 입장이 다른 이유는 대선에 대한 셈법과 정치철학이 다른 탓일 것이다. 대선정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는 지난날 우리 정치사를 되돌아보고 외국의 경우와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승자독식의 지배체제와 그에 따른 폐단을 지켜보고 경험해 왔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정파가 국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전횡을 휘두른다. 그러다 보니 국가경제와 예산운용에 무리수가 행해져 수십조원의 예산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는가 하면, 탄탄하던 공기업이 경영부실로 휘청거리는 것을 보아 왔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임기 내내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도 친이·친박의 독식과 파벌싸움을 진절머리 나게 지켜봐야 했다.

집권만 하면 인의 장막을 치고 특정세력만 권력을 휘두르고 향유하는 걸 되풀이한다. 높아져가는 국민의 정치의식과 반대로 정치권은 속좁은 협량의 정치로 변해가는 것이 작금의 정치현실이다. 그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갈등이 양산되고 국민적·사회적 통합은 멀어져만 간다.

대통령 중임 8년을 마치면서 60% 지지도를 자랑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선 상대였던 힐러리를 국무장관에 앉히는 포용력을 발휘하며 능력을 중시하는 인사정책을 펼쳤다. 유럽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독일은 2005년 9월 메르켈이 총리로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12년간에 걸쳐 연정을 통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은 현재의 5당 체제하에서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든 연정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인위적인 정계개편, 반대를 위한 반대나 발목잡기식의 여야 대결과 파쟁은 안 보고 싶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패자와 반대편도 포용하며 그쪽 편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강점도 활용하자는 것이 연정의 기본 정신일 것이다. 대연정은 실로 그 속에 화해, 포용, 대화, 타협, 협력, 상생, 통합, 총화단결의 거대한 에너지가 녹아있는 용광로라 하겠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