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한마디 “상수야 변화 두려워마라”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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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7   |  발행일 2017-02-27 제26면   |  수정 2017-02-27
■ 오키나와 리포트-김한수 감독 리더십 진단
20170227
김한수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수비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타격폼 수정작업 등 함께 진행
강한울·이원석 폼 변화도 챙겨

캠프내 항상 육성·경쟁 강조
2진급 선수들 의욕 이끌어내
타자 김헌곤, 투수 최지광 두각


삼성 라이온즈가 전지훈련 일정의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 늦게 훈련에 돌입한 만큼 선수단 전체가 몸을 만드는 데 정신이 없지만 목표는 ‘명가재건’이다.

삼성은 지난해 심각한 부진을 겪은 후 단장과 감독을 동시에 교체했다. 김한수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오키나와에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최근 오키나와에서 치른 일본리그 4개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2승2패라는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특히 삼성은 WBC 한국대표팀에 2-3의 패배를 안긴 요미우리를 9-0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김 감독은 ‘묵묵한 포스’를 유지하며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었다..

◆챙길 게 많아졌다는 김 감독

김 감독은 취임할 때 ‘육성’과 ‘경쟁’을 강조했다. 선수들은 1차 전훈지 괌에서부터 현재 오키나와까지 이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주전선수들은 더 이상 자신의 자리가 ‘철옹성’이 아님을 깨닫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

2진급 선수들은 오키나와를 ‘기회의 땅’이라 여기며 공과 배트를 한 번이라도 더 잡았다.

김 감독의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삼성의 전지훈련 장소인 아카마구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코칭스태프들과 이야기 나누고, 훈련 성과를 일일이 체크했다.

김 감독은 “내가 의도한 대로 선수들이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는 대략적인 시즌 라인업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타격코치 시절에 선수들과 맺은 약속까지 지키느라 바쁘다. 그는 괌에서부터 김상수와 타격폼 수정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김 감독은 “김상수의 손 위치나 하체 움직임 등 전체적인 타격폼에 180도 변화를 줬다. 본인은 걱정할 것 같아서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새롭게 합류한 강한울·이원석의 타격폼 변화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확 바뀐 전지훈련 분위기

‘야구단의 시계는 10분 더 빠르다’는 말이 있다.

훈련 예정시간이 정확히 ‘몇시 몇분’이라고 정해진 경우, 선수들이 보통 그보다 10분 정도 빨리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니 결국 몸에 배어버린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오키나와 온나손에서 2차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은 줄곧 아침 9시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단 버스는 보통 훈련시작 10분 전인 8시50분쯤에 숙소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약 20분 빠른 8시30분쯤에 출발하곤 했다. 무엇을 의미할까. 구단 관계자는 “김 감독은 이 시간에 이미 버스에 탑승해 있다”고 귀띔해줬다. 김 감독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훈련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훈련장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삼성은 야수조와 투수조로 나누어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지인 아카마구장의 곳곳을 이용하는데, 선수들이 마치 ‘유격훈련’을 받는 것처럼 여러 코스를 단계별로 거친다.

예전 같았으면 다음 훈련장소로 이동하거나 훈련대기 시간에 ‘농땡이’를 피우는 선수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김 감독이 코칭스태프들에게 “노는 것이 없도록 해라”고 주문했고, 이 때문에 선수들은 점심시간을 빼고 나면 거의 쉴 틈 없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 선수는 “예전보다 확실히 힘들어졌다. 훈련 끝나고 밤에 취미생활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매일 저녁 골아떨어지는 편”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의 눈에 들어온 선수는

김 감독은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타자 김헌곤과 투수 최지광을 올 시즌 히트상품으로 예감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오키나와 리그서 ‘핫’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김헌곤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타격왕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훈련에 임하는 데다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최지광에 대해서는 “괌훈련 마지막쯤에 진행한 자체 청백전에서부터 눈에 띄었다. 불펜 피칭에서도 구위가 좋아 보여서 지난 15일 니혼햄전에 선발로 내세웠는데 어린 선수답지 않게 씩씩하게 던져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의 전지훈련은 10여 일 정도 남았다. 김 감독은 이 기간 새 선수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앞서 진행한 4차례 연습경기에는 주로 주전급 선수들을 많이 내보냈다. 이제부터는 1.5군급 선수들을 출전시키면서 이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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