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년계약…분양 끝나면 놀리는 경우 허다

  • 진식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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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7   |  발행일 2017-02-27 제20면   |  수정 2017-02-27
■ 대구모델하우스 애물단지 우려
20170227
대구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 인근엔 아파트 견본주택 전시장 5곳이 몰려 ‘모델하우스촌’을 형성하고 있다. 대구 전역에 걸쳐 우후죽순 생겨난 견본주택 전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회사원 정모씨(45)는 지난 1월30일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대구 수성구 두산동 한 고깃집을 찾았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때 유명했던 고깃집이었으나 온데간데없고 난데없이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이 떡하니 들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씨는 “모처럼 고향을 찾아 부모님을 모시고 고깃집을 찾았는데 황당했다. 가는 길에도 동대구로 곳곳에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눈에 보여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저 많은 것들을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견본주택 전시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올 들어 정부와 금융권의 중도금 및 잔금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아파트 신규 분양사업에 애를 먹고 있는 터라 견본주택 전시장은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파티마삼거리∼두산오거리 4곳
대구수목원 주변 5개 밀집 등
달서구에만 전시장 12곳 이르러
상설문화관 등 활용안 모색해야

◆우후죽순 견본주택…‘개점휴업’

대구시 동구 파티마병원 삼거리에서 수성구 두산오거리 사이 동대구로는 ‘모하(모델하우스) 라인’으로 불린다. 파티마병원 삼거리 인근 서한의 상설 견본주택 전시장을 비롯해 대구상의 건너편 태왕 상설 전시장에 이어 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 사이엔 비상설 전시장 4곳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두산오거리 인근 오피스텔 견본주택 전시장은 작년 11월 원래 영업 중이던 음식점을 허물고 신축됐다. 대구에서 가장 최근에 지은 전시장이다.

달서구 대곡동 대구수목원 주변엔 아예 견본주택 단지가 형성된 상태다. 이곳에만 5개 전시장이 밀집해 있다. 달서구엔 이곳 외에 이곡동 성서경찰서 주변에도 3곳의 전시장이 모여 있는 등 모두 12곳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달서구 관내 전시장에서 견본주택을 선보인 분양단지는 ‘수목원 제일풍경채’ ‘대구옥포 대성베르힐’ ‘수성알파시티 동화아이위시’ 등 3곳에 그쳤다. 나머지 전시장 9곳은 1년간 텅 빈 상태였고, 그나마 이들 3개 단지를 분양한 전시장도 1년간 단 한 차례만 견본주택을 선보이는 게 고작이었다.

◆놀리면서 임대료는 ‘꼬박꼬박’…분양가 상승요인

견본주택 전시장 한 곳을 지으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우선 건축비만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땅주인이 따로 있어 매월 사용료도 내야 한다. 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 사이의 경우 월 임대료가 4천만~5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곡동 전시장도 월 3천만~4천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견본주택 전시장 임대차 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승인을 받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견본주택을 첫 공개한 후 완판 또는 70% 이상 계약이 이뤄지면 철수하는 걸 원한다. 하지만 땅주인이 최대한 장기 임대를 선호함에 따라 이는 여의치 않다. 이로 인해 아파트를 모두 팔고도 전시장을 그냥 놀리면서 임차료만 꼬박꼬박 지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의 아파트 시행사 한 관계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다. 땅주인이 ‘갑’이기 때문에 임대 기간이 분양 기간보다 턱없이 길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임차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설 문화관으로 비용 절감

문제는 이처럼 견본주택 전시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점이다. 분양가 상승의 한 원인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1군 건설업체들은 상설 전시장을 지어 단순히 견본주택을 보여주는 것에서 확대해 문화생활까지 아우르는 주택문화관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토종 건설사인 화성산업은 지난해 3월 지역에선 처음으로 주택문화관을 열었다. 당시 ‘남산역 화성파크드림’을 선보이기 위해 북구 침산동 오봉오거리 인근에 ‘파크드림 갤러리’를 오픈했다.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지어 지상 1·2층은 갤러리로 구성했다. 화성산업은 이곳을 견본주택 전시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운영 중이다. 분양사업이 없을 땐 미술작품을 전시하거나 작은 음악회 등 소규모 공연장으로도 활용하는 갤러리로 변신한다. 지역민이 개인 작품전시회, 공연, 조촐한 가족모임 등을 원하면 빌려주기도 한다.

파크드림 갤러리는 외관 전면을 투명한 강화유리로 꾸며 지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내부는 밝은 빛의 공간과 순수한 백색의 곡면 벽체로 구성해 ‘Light & white’를 추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정수 화성산업 홍보부장은 “파크드림 갤러리에서 짓는 견본주택의 경우 전시장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 평면만 새로 바꿀 수 있어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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