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제4차 산업혁명과 양극화 문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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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7 07:51  |  수정 2017-02-27 07:51  |  발행일 2017-02-27 제17면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쓴 ‘제4차 산업혁명’이 화제다. 슈밥은 이 책에서 1960년에 시작된 제3차 산업혁명은 반도체와 메인프레임 컴퓨팅, 인터넷이 발달을 주도했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21세기 시작과 동시에 출현하여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렴하면서 작고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특징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파국적인 미래의 모습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이 필연적으로 초래할 소득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우선 저직능·저급여와 고직능·고급여에 따른 노동시장 분리는 심화되며, 성 격차에 따른 불평등도 심화된다. 향후 자본가들은 휴먼 클라우드 방식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게 될 것이다.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기업은 최저임금제와 고용에 따른 각종 세금에서 자유롭게 된다. 반면 노동자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피고용자가 아닌 특정 업무만을 수행하는 독립형 노동자가 되는데, 이런 독립형 노동자를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고 부른다. 이는 불안정을 뜻하는 ‘precarious’와 최하층을 뜻하는 ‘proletariat’를 합성한 말로 비정규직, 파견직, 실업자, 노숙인들을 총칭한다.

또 제4차 산업혁명으로 저렴한 노동력이 더는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제조업이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저소득 국가와 고소득 국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은 국제적으로 혹은 국가 내에서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발표한 ‘2015년 세계 부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전 세계 상위 1% 부자에게 귀속된 반면, 전 세계 하위 50%의 자산을 모두 합쳐도 전 세계 부의 1%에도 못 미친다고 하였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은 ‘평등이 답이다’라는 책을 통해 불평등한 사회는 더욱 폭력적인 성향을 띠고, 수감자의 수가 더 많으며, 정신질환과 비만 수준 역시 훨씬 높고, 기대수명과 신뢰도는 낮다는 데이터를 제시한 바 있다. 증가하고 있는 불평등은 분열과 분리, 사회불안을 심화시키며 폭력적 극단주의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향후 무자비한 민간인 테러를 일삼는 IS보다도 더 극단적인 테러단체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로봇 혹은 로봇을 소유한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비용인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자본가의 입장에서도 로봇이 생산한 물건을 소비할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으면 자기 자신도 몰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기본소득만으로는 결코 양극화를 막을 수 없다. 슈밥의 말대로 결국 모든 것은 사람과 문화, 가치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화와 국가, 소득계층을 넘어 모두가 제4차 산업혁명과 그것이 가져올 문명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배워야 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 데 함께 참여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은 마치 현대인이라는 어린아이에게 권총을 쥐여주는 것과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어린아이로부터 권총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권총을 다루는지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 해답은 바로 동양사상에 있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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