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X’암살에…美, 北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착수

  • 입력 2017-02-27 07:47  |  수정 2017-02-27 07:47  |  발행일 2017-02-27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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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내 제독작업//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공격을 받고 사망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에서 말레이 당국이 26일 독극물 제거작업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김정남 피살’정보 수집·분석
“가장 독성 강한 화학무기 심각”

연방의원들, 정부 전방위 압박
내달초 비공식 대화도 백지화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대량파괴무기(WMD)인 신경성 독가스 ‘VX’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제사회가 공분을 쏟아내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경우 이는 경색될 대로 경색된 북미 관계의 악화를 넘어,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북한의 국제적 고립 심화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북핵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주무 부처인 미국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각)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도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미국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면서 현재 VX가 사용된 이번 암살사건에 대해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들도 이날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국무부가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남 암살에 VX를 사용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정부는 화학 무기용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VX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 자칫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더불어 화학무기 위협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가 다음 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비공식적으로 열릴 예정이던 ‘북미 트랙1.5’(반관반민) 대화에 참여할 북한 외교관들의 비자 발급을 거부함으로써 만남 자체를 무산시킨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북미 트랙1.5 대화의 무산 원인이 북한의 VX 사용 혐의에 있다고 단정했다.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사실상 북미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데다 재지정 요건과 절차도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려면 테러를 자행했거나 지원한 행위, 테러에 사용됐거나 사용될 물자를 제3자에 제공한 행위, 테러 행위자에 대한 은신처 제공 등의 구체적 혐의가 입증돼야 한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미 의회의 지속적 압박에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다중이 이용하는 국제공항 한복판에서 치명적 독가스인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만큼 차원이 다르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공화당 소속 테드 포 하원의원(텍사스)이 이미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H.R 479)을 공식 발의해 놓은 가운데,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콜로라도)을 비롯한 연방의원들은 연일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해 신속한 행동에 나서라며 미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KAL)기 폭파사건으로 이듬해 1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으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 11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뒤 지금까지 매년 갱신되는 명단에 한 번도 다시 오르지 않았다. 현재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는 국가는 이란·수단·시리아 등 3개국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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