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원아에 주먹질…젓가락 던지고 식판 뺏고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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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7   |  발행일 2017-02-27 제9면   |  수정 2017-02-27
폭행혐의 어린이집 보육교사 조사
“선생님이 때려서 다니기 싫어”
4개월 다닌 4세 아들 말에
CCTV 확인 엄마가 경찰에 고소

[구미] 다섯살배기의 엄마인 A씨(33)는 지난해 4월 구미로 이사왔다. 아는 사람이 없었던 A씨는 구미지역 젊은 엄마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육아, 생활정보 등 다양한 소식을 얻었다. 궁금한 것을 카페에 올려 해결하던 A씨는 당시 4세인 아들이 다닐 어린이집도 카페를 통해 몇 군데 추천 받아 구미시 사곡동의 한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평소 또래와 금방 친해지는 활발한 성격인 아들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다닌 지 4개월째 되던 지난해 9월 아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한 것. 게다가 주위 눈치를 보는 것처럼 자주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그런 아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A씨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이유를 물었다. A씨는 아들로부터 ‘어린이집 선생님이 때렸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씨는 곧장 사실 확인을 위해 어린이집으로 찾아갔다.

CCTV 녹화 영상을 본 A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육교사 B씨(여)가 아들이 밥을 늦게 먹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고 볼을 잡고 좌우로 심하게 흔드는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B교사는 밥을 먹는 아이에게 젓가락을 집어던지고 식판을 뺏기도 했다. 아이가 B교사의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 모습뿐만 아니라 B교사가 다른 아이들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도 나왔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A씨는 결국 B교사와 해당 어린이집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B교사는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해당 어린이집은 그동안 계속 운영을 해오다가 최근 구미시에 폐업 신고를 냈다. A씨는 “당시 CCTV 영상을 보는 내내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충격적이었고, 그동안 아이가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눈물을 머금었다.

구미경찰서는 26일 어린이집 유아 7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아동학대)로 보육교사 B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B씨는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2개월간 자신이 근무한 어린이집에서 4세 유아 7명을 총 20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B씨는 아동의 머리와 배 등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밥을 먹는 유아에게 젓가락을 집어던지고 식판을 뺏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아동 상당수는 손톱을 물어뜯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동학대 혐의로 보육교사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어린이집 원장을 입건할 예정이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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