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빌바오 효과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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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5   |  발행일 2017-02-25 제23면   |  수정 2017-02-25

하나의 문화시설이 도시 전체를 발전시켰을 때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 용어는 스페인 북쪽에 위치한 인구 38만여명의 항구도시인 빌바오에서 생겨났다.

빌바오시는 제철소, 조선소로 번창했으나 1980년대 찾아온 불황으로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률이 30%에 달하는 등 급격히 쇠락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산업을 통한 경제 부흥을 계획하게 됐고 그 일환으로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했다.

미술관이 들어선 1997년 빌바오에는 전세계에서 135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후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수십억달러의 관광수입으로 도시 인프라를 재구축해 세계 각국 수많은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빌바오와 비슷한 여건을 가진 포항도 ‘빌바오 효과’를 접목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포항의 롤모델로 삼으면 어떨까. 최근 출범식을 가진 포항문화재단이 싱크탱크 역할을 충분히 하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포항문화재단 설립은 이강덕 포항시장의 핵심공약이었다. 경북 제1의 도시인 포항에서 문화재단이 이제야 출범한 것은 타 도시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다. 전국 232개 지자체 중에서는 51번째이며, 경북에서는 구미·경주시와 청송·청도군에 이어 5번째다.

그렇지만 이 시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포항에는 시립미술관과 중·소형 공연장 등 문화인프라가 잘 갖춰져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자율·창의적으로 문화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어느 문화재단보다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문화재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지역문화 로드맵을 구성해야 할 상임이사를 아직 구하지 못해 효율적으로 운영될지는 걱정이다. 이 때문에 포항시의회에서는 완벽한 조직과 인력을 갖춘 후 출범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이 시장은 “위인설관으로 해서는 안된다. 큰 안목과 추진력을 가진 분을 찾아 전국의 으뜸가는 문화재단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빌바오 효과’가 스페인 경제를 살렸다면 철강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은 문화재단을 통해 ‘포항(Pohang) 효과’란 신조어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창성 동부지역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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