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시대, 과학적 논쟁이 답이다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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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5   |  발행일 2017-02-25 제16면   |  수정 2017-02-25
불확실한 시대의 과학 읽기
GM식품·원전·화학물질…
삶에 큰 영향 미치는 사안
전문가별 의견 갈려 혼돈
시민이 논쟁 적극 참여해
균형잡힌 해결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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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태, 살처분이 유일한 방안일까

‘과학은 항상 옳다’ ‘전문가의 말은 항상 맞는 말이다’ ‘의사는 가장 좋은 처방을 나에게 해준다’ 등은 우리들 마음속에 내재된 과학적 이론에 대한 믿음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과학을 찾고, 전문가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받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가끔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된다. 커피가 심장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는 뉴스를 봤다가 며칠 뒤엔 커피가 신경 질환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의학 전문 프로그램에서 간헐적 단식을 주제로 이야기할 때 어떤 의사는 몸에 좋다고 말하고, 또 다른 의사는 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가 믿어야 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곤혹스러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곤혹스러운 상황은 왜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혼돈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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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음식,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책은 이 같은 관점과 고정관념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학의 정답은 생각처럼 쉽게 구하기 어렵고, 정답 역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내재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논쟁 과정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논쟁들을 따라가면서 교훈과 통찰을 얻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들은 과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혹은 과학적 논쟁을 해야 하는 가운데서도 한 쪽의 결론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결정된 사항은 우리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MSG(화학조미료)가 몸에 좋은 건지 아닌지와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야 하는지 유지해야 하는지 등이 있다. 책이 강조하는 이야기는 과학적 논쟁에 전문가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 정책 결정자들 등 누구나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논쟁들을 소수의 전문가나 관료가 판단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일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논쟁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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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경제성 사이 핵발전소가 갈 길은

책의 본문엔 첨예한 과학적 논쟁이 필요하고,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활발히 토론하고 논의되어야 하는 핵심 과학기술의 문제들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핵발전소의 안전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쟁이다.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박진희 교수는 핵발전소 사고를 겪으며 우리가 감당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핵발전소의 경제성부터 핵발전의 사회적 공평성 등에 대해 전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와 사고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들은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여러 대안 가운데 가치적으로 더 민주적이고 중앙집권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실제로 시민들이 에너지에 대해서 주권과 시민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도 살펴본다. 재생에너지가 어떻게 산업 부문에서 충분히 쓰일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정보들을 알려주면서 실제로 어떤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없을지 등을 말하며 이러한 쟁점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논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GM(유전자변형)식품은 안전한지, 구제역 발생 때마다 벌어지는 살처분이 과연 유일한 방법인지, 화학물질의 유해성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등 누가 봐도 이게 답이다 할 만한 것이 없고, 정답 또한 없으며, 과학에 내재한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이 과학에 기대하는 확실성을 쉽게 얻기 어려운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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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외 7명 지음/ 궁리/ 224쪽/ 1만5천원

이처럼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과학기술의 문제들은 과학적 논쟁을 활성화시켜 앞으로 벌어질 더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분명한 답은 없다. 하지만 논쟁 그 자체, 불확실성 자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읽기를 통해 우리 사회와 과학의 이면을 바로 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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