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국내 최초 팔 이식 환자 22일 만에 퇴원

  • 임호,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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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5 07:06  |  수정 2017-02-25 09:27  |  발행일 2017-02-25 제1면
“다시 생긴 손으로 야구 시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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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손모씨의 퇴원식이 24일 열린 가운데 우상현 W병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oe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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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모씨가 퇴원을 앞두고 영남대병원 입원실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보고 있다.

손가락 움직여 공 잡을 수 있고
영양공급 원활해 손톱도 자라
“이식 후 내 손이 아닌 듯 어색
지금은 몸의 일부처럼 느껴져”

조직괴사 없이 회복 순조로워
기능 3개월·감각 2년 내 판가름
면역억제제 평생 복용·재활훈련
대구시 月 100만원 치료비 지원


“새로운 손으로 뭘 가장 하고 싶냐고요? 열심히 재활훈련 해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 싶습니다.”

대구에서 국내 처음으로 수술에 성공한 팔 이식 환자 손모씨(35)가 24일 퇴원했다. 수술 후 22일 만이다. 입원실 문을 나선 그의 얼굴은, 이제 어엿하게 자기 몸의 일부가 된 새로운 손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이날 영남대병원 12층에서 손씨의 퇴원식이 열렸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영남대병원, 더블유(W)병원 관계자 등이 그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손씨는 퇴원식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식받은 왼쪽 팔에 손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팔 이식 소감에 대한 질문에 손씨는 “수술이 잘 되어 기분이 좋다. 처음엔 내 손이 아닌 것 같아 어색했지만, 지금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어 만족한다”며 “당분간 재활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수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팔 이식 주인공인 손씨에게 ‘2017년 2월’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왼손잡이인 손씨는 1년6개월 전 직장에서 일하다 왼쪽 팔이 절단됐다. ‘팔 절단’이라는 감내하기 힘든 충격과 함께 취업도 어려워져 그의 삶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쳤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꽃’은 결국 피어났다. 지난 2일 교통사고 뇌사자의 팔을 기증받아 꿈에도 그리던 ‘새로운 팔’을 얻은 것이다.

10시간이 넘는 수술 끝에 다른 사람의 팔을 이식받은 손씨에게 ‘꿈같은’ 일은 계속 이어졌다. 수술 다음 날부터 이식받은 왼쪽 손가락이 미약하나마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의 통증이 있긴 했지만 손가락의 움직임은 갈수록 커졌다. 최근엔 주먹을 쥐는 듯한 모양까지 가능해졌다. 얼마 전엔 왼쪽 손의 손톱도 깎았다. 이식된 팔에 영양공급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수술을 담당한 우상현 W병원장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팔 이식 수술의 ‘4대 성공 조건’을 하나하나 이뤄가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생물학적 성공 여부다. 공여자와 수혜자의 조직 어느 것도 괴사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동맥에서 정맥으로 피가 잘 흐른다면 조직 괴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수술 후 지금까지 조직 괴사가 일어나지 않은 만큼 생물학적 조건은 충족됐다. 둘째는 기능적 회복의 성공이다. 이식된 팔과 손씨의 뼈가 잘 붙고, 손가락의 움직임이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2~3개월 내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셋째는 감각기능의 회복이다. 힘줄과 신경이 잘 연결되면 손가락 움직임도 더욱 세밀해지며, 무거운 물건도 쉽게 들 수 있다. 특히 신경이 잘 이어지면 손가락의 감각도 느끼게 된다. 우 원장은 “신경은 1개월에 1㎝씩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부위에서 손가락 끝까지 20여㎝의 신경이 자라나는 1~2년 후에는 손씨도 왼손에 전해지는 다양한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면역억제제에 대한 거부반응 없이 잘 생활하는 것이다. 이것은 손씨가 평생을 복용해야 하는 만큼 본인과 병원 모두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3천500여만원에 이르는 손씨의 병원비도 영남대병원과 W병원, 대구시가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처리가 될 수 있도록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대구시는 손씨에게 앞으로 매달 100여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면역억제제·재활훈련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손씨는 “열심히 재활훈련을 하고, 하루빨리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것이 저를 도와준 모든 분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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