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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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43면   |  수정 2017-02-24
내러티브 완급 조절 실패로 원작 감흥 반감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라이언
[윤정헌의 시네마 라운지] 라이언

호주로 입양된 인도 출신 청년의 ‘사가곡(思家曲)’을 다룬 ‘라이언’은 사루 브리얼리의 베스트셀러 실화 ‘라이언’(원제 A Long Way Home)을 호주, 영국, 미국 합작으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1986년 5세에 낯선 기차역에서 홀로 잠이 들었다가 집을 잃어버리게 된 사루가 1987년 호주의 새로운 가족 곁으로 입양을 간 후 25년 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는 영화의 스토리는 연간 8만명의 미아가 발생하고 있는 인도 현실에 대한 극적 경각심과 함께 사루의 가족찾기가 위성 지도프로그램인 ‘구글어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글로벌 IT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원저자가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펼칠 만큼 강력한 소재적 견인력을 가진 영화는 시카고 영화제, 오스틴 영화제, 밀밸리 영화제, 덴버 영화제, 버지니아 영화제, 하와이 영화제, 미들버그 영화제까지 총 7개의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 남우조연상(데브 파텔), 여우조연상(니콜 키드먼), 음악상 총 4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홀어머니의 막노동과 형의 생계형 절도로 살아가는 5세 소년 사루(서니 파와르)는 형 구뚜를 따라 생업전선에 나섰다가 형과 헤어진 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부의 벵갈어 구사 지역으로 가게 된다. 노숙으로 전전하다 콜카타의 아동보호시설에 넘겨진 그는 결국 호주로 입양되어 존(데이비드 웬햄)과 수(니콜 키드먼) 부부의 양자로 훌륭히 성장한다. 티 없이 맑은 원시적 자연경관과 우월한 서구 문명의 파편이 조화를 이룬 호주 최대의 섬 태즈메이니아(호바트)에서 양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곧고 밝은 청년이 된 사루(데브 파텔)는 호텔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으러 유학 간 멜버른에서 잊었던 자신의 뿌리를 자각하고 고민에 빠진다.

같은 대학원의 인도 유학생 동료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이 입양의 호사를 누리는 이 순간에도 고향에선 형과 엄마가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거란 생각에 괴로워하던 사루는 구글어스로 전세계 어디든 찾을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가느다란 희망을 붙잡고 25년 만에 집으로 가는 길을 다시 찾기 시작한다. 그 지난한 과정엔 항상 용기를 북돋워준 애인 루시(루니 마라)의 격려와 난임이 아님에도 박애적 자비로 외국인 미아를 입양한 양어머니 수의 넉넉한 포용력이 결정적 지원군으로 작용한다.

영화는 원작의 충격적 파괴력을 극적으로 다듬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나 내러티브의 완급 조절에 실패해 전반적으로 밋밋한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만한 소재를 갖고도 봇물 터지는 감흥을 못 이끌어낸 지지부진함이 실망스럽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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