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소득 제자리인데 소비 활성화 제대로 되겠나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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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23면   |  수정 2017-02-24

소비절벽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23일 내수 활성화 긴급처방을 내놨다. 내용을 보면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하고 조기 퇴근을 유도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추진된다. 고속철도를 조기 예약하면 운임을 최대 50%까지 깎아주고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된다. 또 해외골프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골프 관련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규제도 완화하는 골프산업 육성책도 마련한다.

정부의 절박한 경제 현실 인식과 고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꺼져가는 소비의 불씨를 되살리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백화점식 단기처방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정책을 재탕하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도 눈에 띈다.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 지정만 하더라도 유연근무제 도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만 보더라도 53%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정시 퇴근도 힘든 한국의 직장문화를 감안할 때 언감생심이다.

객실 요금을 인하하는 호텔·콘도에 재산세를 한시 인하해주는 정책도 허점이 보인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인하하려면 각 지자체를 설득해야 하지만 선뜻 동의해 줄지 미지수다. 호텔이나 콘도의 객실 요금이 정찰제가 아닌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혜택을 못 보고 업체만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골프산업 규제 완화 방안과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도 개편 방안은 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를 반영한 실질가계소득은 2015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정체되거나 감소했고, 소비 규모가 가장 큰 40대 가구의 소득도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여기다 가계대출 한계 가구도 2015년 158만 가구에서 지난해 181만 가구로 14.7%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처방만으로 내수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장기적 안목으로 고용 안정,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경감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개혁과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대책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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