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완화가 불 지르고, 韓銀 기준금리 인하가 기름 부은 격”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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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4   |  발행일 2017-02-24 제13면   |  수정 2017-02-24
[경제 이슈분석] 가계부채 폭탄 원인은
정부‘빚내서 집 사라식 기조’에
주택시장 돈몰려 부동산價 급등
대구경북 가계대출 작년말 74조
전분기보다 3조2천여억원 늘어
20170224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계신용(잠정) 잔액은 1천344조3천억원으로, 2015년 말보다 141조2천억원(11.7%) 급증했다. 한국은행이 가계신용 통계를 발표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천3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것이다.

대구·경북 가계대출도 지난해 12월 현재 74조8천91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조2천252억원(5.97%) 증가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가계대출은 예금취급 기관에서 빌린 것만 집계한 것이어서 생명보험, 대부사업자 등에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까지 합치면 실제 가계 빚은 이보다 30%가량은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달 비예금취급금융기관 등의 대출 등을 합쳐서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대구지역 가계대출은 59조7천억원에 이르렀다. 한도대출의 경우 실제 잔액이 아니라 한도액을 기준으로 하고, 전수가 아닌 표본조사로 한 탓에 실제보다 과다계산된 측면이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집계된 금액보다 더 많을 것이고 이 부채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의 가계 부채는 왜 이렇게 급증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완화가 가계부채 폭탄을 만들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완화가 폭탄의 크기를 더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이노믹스 이후 가계부채 급증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 2012년 12월 23조9천660억원이던 대구지역 예금취급기관의 지역 가계대출잔액은 지난해 4분기 39조3천131억원으로, 15조3천471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1조2천332억원(15조6천555억원→26조8천887억원) 늘었다. 증가한 가계대출 금액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3%를 차지했다.

경북은 20조2천327억원이던 가계대출잔액이 35조5천781억원으로 1.75배 증가했고,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8조8천900억원에서 17조23억원으로 1.91배 증가했다. 증가한 가계대출 금액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52%를 기록했다.

지역의 가계부채는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과 함께 급증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대해 “한겨울에 여름옷 입는 격”이라며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각각 70%와 60%로 완화하면서부터다.

대구지역의 주택담보대출 분기별 증가액은 2014년 3분기(9월 말 기준) 전분기 대비 1조1천793억원 늘었다.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후 2014년 4분기(1조1천953억원), 2015년 4분기 대부분 1조원대 이상의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대출강화에 나서자 2016년 1분기에는 절반 수준인 5천783억원으로 떨어졌고, 대출강화가 대구를 포함해 전국으로 확대된 3분기에는 215억원으로 급감했다.

대출기준을 강화하기 이전까지 주택담보대출이 고삐 풀린 상태로 있었던 셈이다.

◆폭탄 크기 키운 기준금리 인하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급증한 시기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시기에 맞닿아 있다. 부동산 규제완화가 불을 냈다면, 한은의 기준금리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2010년 11월 2.50%였던 한은의 기준금리는 2011년 두 차례 인상돼 그해 6월 3.25%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13개월 만인 2012년 7월 시장의 예상과 달리 0.25%포인트 인하됐고, 석 달 뒤 또다시 2.75%로 인하했다.

그러다 박근혜정부 취임(2013년 2월) 이후 2013년 5월 한 차례, 2014년 두 차례, 2015년 두 차례, 지난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해 2016년 6월 1.25%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한은의 기준금리는 1.50%포인트(2.75%→1.25%)로 떨어진 것이다.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이자를 낮춰주는 정부의 “빚내서 집을 사라”식 기조에 주택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이 기간 대구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23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2008년과 2009년 각각 -2.2%와 -1.2%로 하락했던 대구지역 주택가격은 2010년 1.5%로 상승세로 전환한 뒤 2010년까지 45.0% 올랐다. 같은 기간 부산은 30.6%, 울산은 27.8% 성장하는 데 그쳤고, 경기도는 0.1%에 머물렸다. 심지어 서울과 인천은 각각 -1.1%와 -3.8%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급등한 대구 주택가격이 지난해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락폭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9월 중 대구지역 주택매매 가격하락 폭은 -1.7%로 전국(0.3%)보다 컸고, 매매량 감소율은 50.7%로, 전국 평균 감소율 16.5%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최고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했던 대구의 주택 매매가격이 올해 2%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국 주택 매매가격 하락률 0.2%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

부동산 규제가 풀리고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이 많아진 상황에서 이처럼 대구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불어난 가계부채 탓에 한은은 23일 또다시 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동결을 장기간 이어가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방조한 상황이 됐고, 이제는 늘어난 가계부채 탓에 금리인상을 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자초한 격이 됐다.

대구지역 부동산 한 관계자는 “2018년까지 입주 또는 입주 예정인 가구는 6만1천811호에 이르러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특히 미분양이 문제였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미입주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분양의 경우 아파트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던 탓에 정부 지원이나 할인 분양 등 주택시장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개개인이 빚을 내 아파트를 분양받은 상황이어서 해결책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업과 달리 개인들이 직접 피해를 봐야 하는만큼 예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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