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2] 대구만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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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3   |  발행일 2017-02-23 제30면   |  수정 2017-02-23
대한민국을 리드하려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대구가 제시해야만 한다
기존 도시의 패턴을 벗고
걷고싶은 도시 만들어야
[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2] 대구만의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
유현준 홍익대 부교수

대구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건국 이래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선도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KTX를 비롯한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리적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서울과 부산의 양극단 사이에서 중간 기착지밖에 안 되어 정체성을 못 찾고 있다. 대전과 비슷한 듯하지만, 대전은 수도권, 영남, 호남을 연결하는 중간지역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영남 한가운데 위치한 대구와는 다른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는 대한민국의 어느 곳보다도 축적된 자본이 있다. 그 자본은 금융 자산뿐 아니라 인적 자원을 말한다. 어느 지역보다도 교육열이 뛰어났고 지난 수십 년간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다. 이 사람들이 대구의 가장 큰 재산이다. 문제는 인재들이 모두 서울로 나가고 대구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변화된 시대를 뒤쫓아 가지 못하는 도시구조라고 생각한다. 대구는 전주나 광주 같은 지방도시와 비교하면 많이 개발된 상태다. 그 개발은 과거 산업시대 개발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러한 도시구조는 사실 다음 시대에 맞는 도시가 되기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아예 개발이 되지 않는 것보다 고치면서 가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창조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로 작년 9월 포럼 창조도시를 만나보았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제국들이 있다. 로마, 프랑스, 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를 가졌다는 점이다. 로마제국은 로마, 프랑스는 파리, 영국은 런던이다. 이 도시들은 또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을 발명한 곳이다. 로마는 상수도 시스템, 프랑스는 하수도 시스템과 직선의 도로망, 영국은 도심공원을 만들었다. 이렇듯 새로운 시스템의 발명은 지구상 여타 도시와 비교해서 더 효율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었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으로 직결되었다.

걷고 싶은 거리는 조사 연구결과 100m당 가게 입구의 수가 30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 상업지구가 확산이 되려면 4차로 이상의 도로로 나누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의 도시는 상업지역이 점적으로 구성이 되면서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재개발되는 아파트 단지는 점점 더 대형화되고 단지 바깥으로는 수백m의 긴 담장만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담장은 이벤트밀도가 떨어지면서 거리를 걷고 싶지 않게 만든다. 거리에 있어야 할 가게들은 역세권의 상가에 다 모여 있기 때문에 거리는 더 삭막해진다. 사람들은 상가에서 상가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길에는 더 많은 차가 나오고, 차로는 더 넓어져야 하고 주차장은 더 많이 필요해진다. 우리의 도시는 자동차를 위한 공간만 늘어나고 있고 사람이 정주하면서 쓸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해진다.

대구가 새롭게 대한민국을 리드하는 도시가 되려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수백 년전 파리가 하수도를 처음 개발했을 때 파리는 유럽에서 가장 쾌적한 도시가 되었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파리로 모여들었고 파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앞선 도시가 되었다. 대구가 그런 일을 해주었으면 한다. 물리적인 도시구조와 공간구조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해주기를 기대한다.

지난 수십 년간 자동차, 직선의 도로망, 대형상업지구로 만들어져온 도시를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도시는 더 걷고 싶어져야 하고, 자동차를 타고 국립공원에 가기보다는 내 앞마당과 골목길에서 자연을 만나고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게 도로망을 구축해야 한다. 네거리 간의 거리는 더 줄어들어야 하고, 차로도 줄여야 한다. 대중교통망과 공원을 1.5㎞ 이내로 연결하면 좋을 것이다. 공원이 없다면 학교 운동장을 잘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대중교통-공원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도시가 되면 좋겠다.

유현준 홍익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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