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라인업 본격 시험…“30승·30홈런 부탁해”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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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3   |  발행일 2017-02-23 제24면   |  수정 2017-02-23
■ 오키나와 리포트-용병 점검

국내 프로야구 리그에서는 ‘외국인 농사’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좋은 품종을 골라 심어야 한 해 농사가 잘 이뤄질 수 있는 것처럼 괜찮은 외국인을 선발해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는 그동안 외국인 농사를 잘 짓지 못했다. 외국인 용병제도가 도입된 1998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36명의 외국인 투수를 선발했지만 이 중 성공적인 영입이라 평가할 수 있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외국인 타자는 모두 13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6명이 중도 방출됐다. 특히 지난해는 뼈아팠다. 외국인 투수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2번이나 교체됐고 4명의 투수(웹스터, 밸레스터, 플란데, 레온)가 올린 승수는 고작 6승이다. 타자 발디리스는 타율 0.266 41안타 8홈런이라는, 외국인답지 않은 기록을 올리다 시즌 중간에 아웃됐다. 때문에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구성에 신중했다. 구단 사상 최초로 정보 코디네이터(스카우트 정보 제공 역할)라는 직책을 마련해 그 자리에 미국 메이저리그 베테랑 스카우터 위드마이어를 앉혔다. 또 외국인 선수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삼성은 이 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고 지난 17일 외국인 영입을 최종 완료했다. 주인공은 레나도, 페트릭, 러프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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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레나도가 메디슨볼 던지기 훈련을 하고 있다.


1선발 책임질 레나도

204㎝ 장신 이용 직구·커브가 일품…적극적인 훈련 태도 각광


기자가 레나도를 처음 만난 곳은 삼성의 2차 전지훈련지 숙소인 일본 오키나와 리잔시 호텔의 한식당이었다.

당시 레나도는 천장에 설치된 방연막을 장난스레 피해다니고 있었다. 레나도의 큰 키(204㎝)를 실감했다. 삼성은 지난해 말 105만달러를 들여 레나도를 영입했다.

레나도는 그의 무기인 큰 키를 잘 활용하는 듯했다.

지난 20일 오키나와 온나손 구장에서 실시한 불펜피칭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줬다.

이를 지켜본 김한수 감독은 “공이 좋은 편이다. 특히 직구와 커브가 좋아 보이는데, 준비를 잘하면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레나도를 1선발 감으로 잠정낙점해 둔 상태라고 귀띔해줬다. 레나도는 오는 25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 등판에 나설 계획이다.

레나도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인 선수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우정을 쌓고 있다. 훈련에 임하는 태도 역시 적극적이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훈련할 때 성실한 모습이 보기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레나도는 “올해는 승수쌓기에 연연하지 않고, 팀이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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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페트릭이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수도승’ 같은 페트릭

제구 위주 땅볼유도형 투수…외인 최저 연봉 저비용 고효율 노려


페트릭은 얌전한 스타일이다. 훈련장에서도 늘 조용한 편이다. 여기다 민머리여서 그를 처음 본 몇몇 이들은 ‘마치 수도승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삼성은 페트릭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노린다. 삼성은 올초 페트릭과 총액 45만달러에 계약했다.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적은 몸값이다.

홍준학 단장은 “페트릭이 직전 소속팀에서 계약관계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45만달러에 영입한 것이지 사실은 70만~80만달러 가치는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페트릭은 한국인 선수들과 잘 어울린다. 일각에서 “나바로의 말썽에 진이 빠진 삼성이 제대로 착한 선수를 데려왔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은 페트릭의 주무기인 땅볼유도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구조 특성상, 땅볼유도형 투수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묵직한 공을 뿌리는 유형은 아니지만 제구력이 상당이 좋아 보인다. 선발 한 축을 담당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트릭은 올시즌 ‘최소 10승’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페트릭은 “한국 팬들이 레나도와 내가 합쳐서 30승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들었다(웃음)”며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열심히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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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러프가 배팅훈련을 하고 있다.


거포 향기 물씬 러프

구단 역대 최고액 110만 달러 주인공…MLB 출신 수비력도 출중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고메즈를 놓쳤던 삼성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현역 메이저리거 러프와의 계약에 성공했다. 구단 역대 외국인 영입 최고액인 110만달러를 몸값으로 지급했다.

계약 다음날인 18일 러프는 2차 전훈지인 오키나와에 합류했다. 러프의 첫 등장에 선수단의 입에서 “우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신장 192㎝에 체중 105㎏의 러프는 정확히 삼성이 찾던 외국인 거포의 모습이었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러프는 지난 19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급하게 짐을 싸느라 배트 하나 챙기질 못했다는 러프는 이승엽에게 배트를 빌려 스윙 연습에 나섰다.

취재진이 많이 몰린 탓에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파워를 궁금해할 것이라는 압박감 때문인지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배팅훈련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코칭스태프가 “힘 빼라”며 다독이기도 했다.

러프의 장타능력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수준급으로 인정받았다. 2009년 필라델피아에 입단해 2016년까지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활약했다.

지난해 말 LA다저스로 트레이드됐을 때 다저스는 러프를 간판타자 아드리안 곤잘레스의 백업요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우타거포 유형의 러프는 수비력 걱정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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