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풀리는 강물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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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2   |  발행일 2017-02-22 제31면   |  수정 2017-02-22

지난 18일은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였다. 우수는 태양 황도의 위치에 따라 구분한 24절기 중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로, 눈과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는 시기다. 대동강물만 풀리는 것이 아니고 낙동강, 금호강 등 더 남쪽에 있는 강물은 이미 풀렸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역작 ‘풀리는 한강가에서’를 통해 이렇게 읊었다.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중략) 무어라 강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라고. 풀리는 강물을 반기는 표현이 신랄(辛辣)하다.

노자는 물에 여섯가지 덕목이 있다고 ‘수유육덕(水有六德)’론을 폈다.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이 첫째 덕목이요,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이 둘째 덕목이라고 했다.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지혜’가 있고, ‘바위도 뚫어내는 인내와 끈기’도 있다고. ‘더러운 구정물도 받아주는 포용력’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루는 대의(大意)’는 물의 미덕을 극대화한 표현이다.

중국의 작가 임어당은 ‘생활의 발견’이라는 명저에서 하늘에서 내리는 물(비)에 대해 철학적으로 표현했다. ‘봄비는 영전(榮轉)을 알리는 칙서(勅書)와 같고, 여름비는 죄수에게 내리는 사면장(赦免狀)과 같고, 가을비는 만가(挽歌)와 같다. 그래서 봄비는 독서하기에 좋고, 여름비는 장기 두기에 좋고, 가을비는 가방 속이나 다락방 속을 정리하는 데 좋고, 겨울비는 술 마시기에 좋다’. 계절비의 특성을 감성적으로 잘 간파한 글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서(由緖) 깊고 번성한 도시들은 대개 장대한 강을 끼고 있다. 내륙도시 대구를 휘감아 흐르는 금호강과 경북에서 시작되는 낙동강은 소중한 자원이다. 대구시내를 관통해 금호강에 합류하는 신천은 말할 것도 없다. 생명의 근원인 물을 오염시키지 않고 잘 다스려야 그 도시는 흥한다. 신천과 금호강은 강변정비가 비교적 잘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수질은 더욱 개선시켜야 한다. 요즘 하천과 강이 잘 얼지 않는 것은 수질오염과 지구 온난화 탓이다. 겨우내 언 강과 하천에서 얼음 지치기 하던 유년의 기억들이 가물가물하니 격세지감이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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