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야기를 찾아 스토리 기자단이 간다] <하> 대구 달성공원과 번개시장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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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2 08:29  |  수정 2017-02-22 08:30  |  발행일 2017-02-22 제29면
도로 메운 노점…칠곡·범물서도 찾아오는 ‘새벽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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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달성동 달성공원 앞 도로에는 매일 새벽 번개시장이 선다. 번개시장을 찾은 대구시민들이 시장을 거닐고 있다.

대구시 중구 달성동에는 대구시민의 대표적 휴식처인 달성공원이 있다.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어릴적 한 번쯤은 소풍을 갔던 친숙한 장소다.

달성공원 자리는 원래 삼한시대 부족국가의 토성이 위치한 곳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청일전쟁(1894∼95년) 당시 달성공원 터에 일본군이 주둔했고, 1905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이후 1965년 2월, 대구시에서 새로운 종합공원 조성계획을 세우고 오늘날의 모습과 같은 달성공원을 만들었다.

#1. 대구시민의 쉼터 달성공원

조성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달성공원은 여전히 대구시민의 여가장소로 손색이 없다. 달성공원에는 잔디광장, 종합문화관, 동물원 외에도 이상화 시비 등의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다. 지방문화재 자료 제3호인 관풍루도 공원의 정취를 북돋운다. 공원 북편 언덕에 위치한 관풍루는 원래 대구시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의 누각이었다. 1920년대 경상감영 터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가 1973년 복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오랜 세월 공원과 함께한 市場
새벽 4시부터 네시간 동안 열려
싸고 질좋은 상품 좌판 펼쳐져

수레 끌고 나온 인근 주민들과
노동자·주당들 섞여 왁자지껄
날 밝으면 자동차에 길 내어줘



오랜 세월 대구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준 달성공원의 또다른 매력은 매일 새벽 공원 앞에서 열리는 일명 ‘번개시장’이다. 오전 4시부터 8시까지 달성공원 정문 앞 도로 일원에서 열린다. 이른 새벽임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 놀라울 따름이다. 달성공원 돌담을 따라 잠깐 섰다 사라지는 새벽시장이라 큰 기대 없이 찾았건만, 깜작 놀랄 정도로 시장의 규모는 크다.

번개시장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좌판과 트럭에는 수산물에서부터 제철 과일은 물론 채소, 달걀 등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다. 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국밥과 어묵꼬치를 먹고 있고, 시장 한편에는 이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카세트테이프 판매 노점까지 자리하고 있다. 달성공원 앞에서 2년째 국밥과 어묵꼬치를 팔고 있는 김성현씨는 “새벽시장의 역사가 이미 수십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평일에는 장을 보러 오는 손님이 많고, 주말이 되면 가족단위 손님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2.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번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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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시장에서는 다양한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특히 해장국 가게들이 성업 중인데, 새벽일을 마치고 국밥집을 찾는 이들이 많다.

번개시장에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활기찬 새벽시장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은 장소인 것이다. 비록 아침이 되면 파장하지만, 인파로 가득찬 공원앞 도로를 바라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시장과 매한가지다. 장을 보기 위해 작은 수레를 끌고 나온 인근 주민들, 새벽일을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노동자, 밤새 술을 마시다 해장국을 먹기 위해 시장을 찾은 주당들까지 섞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장을 찾은 사정은 각자 달랐지만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활력을 재충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풍경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번개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더 늘었다. 한 상인은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하면서 시장이 더 북적인다. 칠곡, 범물동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며 새벽시장 자랑을 늘어놨다.

시장 인심도 후한 편이다. 귤 5천원어치를 샀는데 과일가게 주인아주머니가 덤으로 얹어주는 귤의 양이 꽤 많았다. 과일가게 아주머니는 “시장 하면 인심 아닙니까? 주말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주말에 꼭 한 번 더 오세요”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달성공원 번개시장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다. 번개시장의 한 커피상인은 “수십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상인들의 내공이 새벽시장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번개시장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이색시장으로 성장했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날이 밝은 후 달성공원 입구로 돌아오는데, 새벽과는 달리 거리의 인파가 확 줄어있었다.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사라졌다. 파장이다. 오전 8시가 되자 시장이 섰던 도로 위로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고, 상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전을 접었다.

글·사진=박미영 hijoytree@hanmail.net
신한나 gksfkfk2@naver.com
<대구 스토리 기자단>
공동기획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대구광역시·(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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