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리포트-이승엽 인터뷰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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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2   |  발행일 2017-02-22 제24면   |  수정 2017-02-22
“은퇴 투어? 경기가 끝난 후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시간 정도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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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 타격훈련을 하고있다.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은 2015시즌이 끝난 뒤 삼성과 2년간 36억원에 FA계약을 맺으면서 “이번 계약이 끝난 후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어느덧 그가 선언한 은퇴시점이 찾아왔다. 이승엽은 현재 삼성의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뜨거운 안녕’을 준비하고 있다. 은퇴를 목전에 둔 선수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 최고참 선수로서 솔선수범을 보이는 건 물론 젊은 선수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는다. 아직도 삼성의 전지훈련지를 찾은 기자들은 이승엽에게 ‘은퇴 의사 번복’에 대해 빼놓지 않고 묻는다. 이승엽은 “(은퇴 생각을) 되돌릴 계획은 없다. 프로로서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떠나고 싶은 게 욕심”이라고 말한다. 지난 20일 삼성의 2차 전훈 본진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이승엽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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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열정이 식지 않은 이승엽

이승엽은 덤덤했다. “(마지막인지) 잘 모르겠다. 2차 전지훈련이 끝나는 3월11일쯤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이 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나만 빠져나가면 팀이 많이 젊어지지 않겠나. 팬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이승엽은 지난해 12월부터 전지훈련을 대비한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현역 마지막 해에 많은 홈런을 뽑겠다’는 목표를 두고 타격폼 수정을 꾀했다. 최근 이같은 생각을 고쳐 먹었다. 괌 1차 전지훈련까지도 수정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이에 집착하다가 모든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배트 무게를 줄였다. 스피드를 높여 정교한 타격을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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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지난 20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 타격훈련을 하고있다.

이승엽은 “최대한 팀을 위한 야구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타와 타점을 많이 올려야 한다. 개인 기록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결과적으로 팀을 위하다 보면 내 성적이 따라오지 않겠냐”며 특유의 겸손함을 보였다.

이승엽은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이승엽은 “‘팀의 최고참’ ‘팀의 레전드’ 등의 말은 의미가 없다. 현재가 중요하다. 아무리 젊은 선수라도 선수 대 선수로 맞서고 싶다”고 말했다. ‘무한경쟁’ 모드에 돌입한 삼성에서 ‘반드시 나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게 지금 이승엽의 마음이다.

전지훈련은 물론 시즌때도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오는 선수가 이승엽이다. 그만큼 그의 성실함은 정평이 나 있다.

많은 후배들은 야구를 향한 그의 태도에 존경심을 보내고 있다.

◆아낌없이 주고 싶은 이승엽

“이제는 정말 (전지훈련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타격 쪽에 조언을 많이 해 주는 편이다.”

이승엽은 오키나와에서 여러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약간만 수정하면 괜찮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후배들에게 타격 기술뿐만 아니라 ‘마인드 컨드롤’ 방법도 알려준다.

후배들은 마지막 전지훈련에 나선 이승엽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재미난 광경도 포착됐다.

지난 20일 아카마구장에서 이승엽이 구자욱의 토스 배팅을 돕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김한수 감독이 “한 수 알려줘라”고 말하자, 이승엽은 “타율 0.350인 타자한테 가르칠 게 뭐가 있겠습니까”라며 손사래 쳤다. 이에 구자욱이 “저는 2015년에 타율 0.349였습니다. 0.350 넘게 가르쳐 주십시오"라며 배움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번 시즌 삼성의 최대 이벤트는 단연 이승엽 은퇴다. 어쩌면 KBO 입장에서도 가장 큰 행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KBO와 10개 구단이 합심해 이승엽의 ‘은퇴 투어’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투어는 은퇴를 앞둔 선수가 마지막 한 시즌을 보내는 동안 홈팀은 물론 원정팀 팬들에게도 은퇴 인사를 건네고 마지막 환송을 받는 이벤트를 말한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KBO와 각 구단 관계자분께 정말 감사하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 팬들에게 짧게 인사할 수 있는 시간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조용한 은퇴식’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오키나와에서=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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