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따뜻한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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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2 08:05  |  수정 2017-02-22 08:05  |  발행일 2017-02-22 제23면
[문화산책] 따뜻한 말 한마디
김동찬 <대구시립극단 상임단원>

1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것들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다들 이를 당연시할 뿐만 아니라 편리하다고까지 느끼는 것 같다. 요즘엔 술집이나 식당에 가도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10년 전 한 후배가 식당에서 혼자 구워 먹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게 그렇게 맛있다고 할 때 난 그 후배를 조금 이상하게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후배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혼자 밥에 반주를 들이켜고, 영화도 보러 가고, 산에도 간다. 어떤 뮤지컬 극장엔 혼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좌석이 있다고도 한다. 편의점도 1인분으로 만든 패스트푸드를 꾸준히 선보인다. 사람들이 외로움에 채 익숙해지기 이전엔 많은 책들이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고 외로움을 감당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다독였어야 했는데. 이젠 굳이 그렇게 위안 삼아 살뜰히 보듬을 필요가 옅어졌다. 많은 사람들은 혼자라는 의미를 크게 되새기지 않은 채 그냥 혼자로 ‘편안하게’ 존재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주 옛날엔 우물이 있었고, 그 이후엔 셋방살이 집 가운데 수도가 있었고 공동 화장실을 여러 가족이 함께 쓰기도 했다. 사람들은 우물가나 수돗가에 모여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었고, 깊은 대화는 아니더라도 화장실을 오가며 이웃의 안색이 건강한지 살필 수 있었다. 오지랖 넓은 옆집 철수네 강아지가 순자네 집에서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을 하면 냄새가 나서 이웃을 무시하고 먹을 수 없었다. 지금은 많은 것들이 더욱 편리해졌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나 단독집 안에서 생활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원하는 만큼 ‘칩거’할 수 있다. 집안의 전기, 수도, 가스, 가전제품 등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은 나를 위해 완비되어 있다. 옆집 사람이 사용료를 못 내 전기가 끊겨도, 가스가 끊겨도 ‘나’는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없게 되었다. 과연 그럴까.

얼마 전 대학로에서 ‘툇마루가 있는 집’이라는 연극을 봤다. 1980년대 얘기였는데 그 집에는 김밥 파는 할머니가 살고, 주정뱅이 아들과 며느리, 대학생·중학생 손자, 술집 아가씨, 버스 안내양 등 다양한 사람들이 툇마루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었다. 옛 생각이 나서 그렇기도 했지만, 내 눈시울을 적신 건 가진 것 없어도 저마다 건네는 진솔하고 따뜻한 말들이었다. 참으로 힘든 것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했다. 급변해가는 세상을 되돌리는 것보단 따뜻한 말 한마디가 더 쉽지 않겠나. 그것이 당신과 나와 우리를 담은 세상을 조금씩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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