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 사이…미술과 음악·패션의 ‘콜라보’…대구미술관 눈길끄는 전시 2題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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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22   |  발행일 2017-02-22 제22면   |  수정 2017-02-22

흥미롭다. 미술이 음악 및 패션과 만났다. 전혀 새로운 전시는 아니지만, 대구미술관의 기획의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대구미술관은 정체성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미술과 음악, 패션의 만남이 대구미술관의 정체성과 연결된다는 뜻이다. 대구미술관 측은 미술, 음악, 패션의 본질적 특성을 맛볼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대구미술관이 추구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전시인 셈이다. 대구 미술의 뿌리인 석재 서병오의 전시와 함께 열려 더욱 눈길이 간다.


스코어: 나, 너, 그, 그녀{의}展

20170222
이불 작 ‘노래방 프로젝트’
20170222
변순철 작 ‘전국노래자랑’

점수와 평가… 질서와 통제…
일상에서 조화의 의미 성찰


음악과 미술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조화’가 우리의 일상과 현실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되짚어보는 전시이다. 전시 제목 ‘스코어(Score)’는 ‘악보’ 외에 ‘점수’의 뜻으로 사용된다. 스코어전은 점수로 평가되고 환산되는 우리의 일상을 대변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윌리엄 켄트리지, 미국 출신의 브루스 나우만을 비롯해 김기린, 강서경, 박보나, 변순철, 오민, 이교준, 이상현, 이불, 정용국, 정은영, 주경(한국 11명) 등 작가 13명의 작품 40점이 전시된다. 윌리엄 켄트리지, 브루스 나우만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넘나드는 세계적인 작가이다.

이불의 ‘노래방 프로젝트’와 변순철의 ‘전국노래자랑’ 시리즈는 ‘점수’를 요구하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 단색화의 대표작가 김기린의 ‘안과 밖’, 평면과 릴리프 회화를 통해 신체와 정신의 논리적 과정을 구현하는 이교준의 ‘Void-c’ ‘무제(Untitled) 1612’, 음악적 파격을 보여주는 주경의 ‘격조’는 그리드 안과 밖을 오가며 ‘조화’를 꿈꾸는 작품이다. 오민은 ‘ABA 비디오 스코어’를 통해 일상으로 대변되는 ‘악보의 오선’이나 격자무늬 ‘그리드’가 요구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와 통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또 여성국극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정은영의 ‘정동의 막’ ‘가사들’,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의 희망 최승희를 모티프로 한 이상현의 ‘조선 비너스’, 음악을 소재로 한 일제 강점기 시절 이도영, 안석주의 만문만화 자료도 전시된다.

전시를 기획한 김주원 학예실장은 “자본, 경제위기, 문화 전쟁 등 극단으로 요동치는 시대에 음악과 미술로 대표되는 예술의 속성이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한지, 나아가 예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이고 진지한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 미술관 자원봉사자인 마케터스가 인터넷 음악방송도 개설한다. ‘대구미술관 친구들의 쇼’(대미친쇼)라는 프로그램으로 모두 6회 30분씩 진행된다. ‘음악(노래)’을 주제로 참여작가와 일반 대중의 실시간 만남도 가진다. 5월21일까지 2, 3전시실에서 진행된다. (053)790-3000


판타지 메이커스展

20170222
배찬효 작 ‘Existing in Costum Cinderella’
20170222
조선희 작 ‘Under The Sea’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편견 등
융복합시대 환상적 작품 소개


순수미술과 패션 분야를 접목한 전시이다. ‘판타지 메이커스’는 ‘환상을 만드는 사람’을 뜻한다. 패션과 예술이 판타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착안한 전시이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화려한 색감과 형태의 작품이 관람객들을 판타지 세계로 안내한다.

피에르 파브르, 에나 스완시, 김주연, 배준성, 배찬효, 이선규, 정경희, 조선희, 김정혜, 서휘진, 이수현, 정재선, 한현재 등 13명의 작가를 초청했다. 패션 분야에서 작품으로 불리는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의상과 순수예술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파브르는 바람과 섬유 재료를 이용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설치작가이다. 대구미술관 실내 설치를 위해 세탁기의 동력을 이용해 수많은 가닥의 실로 생기 넘치는 환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에나 스완시는 캔버스 화면에 흑연을 바르고 그 위에 유화물감을 사용해 회화의 진중한 깊이감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2010년 제작된 프랑스 영화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만나볼 수 있다.

배찬효는 서양 사회에 존재하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일반적 편견에 대해 말한다. 작품 속 의상들은 신분 계급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를 나타낸다.

조선희는 광고계 최고의 사진작가이다.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의 100 가방(bag) 시리즈 작품 7점과 화려한 연출의 감수성 넘치는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김정혜는 스커트의 형태를 텐트처럼 구조화한 작업으로 관람객이 제작해 나가는 참여미술 방식의 설치물 ‘A Stitch in Time’(제때의 한 땀)을 보여준다.

판타지 메이커스전은 오는 27일부터 5월28일까지 대구미술관 1층 어미홀과 1전시실에서 열린다.

유명진 전시2팀장은 “융복합시대의 예술경향을 짚어보고 몽환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작품들을 통해 대중이 미술관과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053)790-3000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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